[이런생각]울주문화재단 ‘가짜 마을 옹기’ 떼다 파는 현실 알고 있나

2025-05-08     경상일보

5월3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2025 울산옹기축제’를 앞두고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마을 주민들이 “타지 옹기가 다수 유통되는 마을 축제는 이제 폐지해야 한다”고 나서며 주목받았다. 주민들은 “현재 옹기를 판매하는 업체 일부가 우리 마을에서 만든 옹기가 아니라 타지에서 떼다 팔고 있다”면서 “마을에 소재하고 있는 판매점 12곳 가운데 5곳에서 타지 옹기를 팔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울주군과 축제를 주최하는 울주문화재단이 현실을 알면서도 생산지 파악을 포함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그만큼 옹기축제 취지가 무색해졌는데 매년 큰돈 들여 개최할 필요가 있는지 다수 주민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서 “가짜 마을 옹기를 못 팔게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으면 현실을 모르는 방문객을 기만할 게 아니라 이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산 마을은 1950년대부터 옹기를 굽기 시작했고 1960년대 들어 350여명의 옹기 장인과 도공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외고산 마을에서 생산한 옹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해외로 수출했고 1980년대에는 여러 국가 도예가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이후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며 옹기 수요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대체되며 사양길에 들어섰다.

울주군은 “울산옹기축제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민족과 함께 한 옹기를 주제로 특화시킨 국내 유일 축제”라면서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외고산 마을에서 축제가 개최되며 자연스럽게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생활 옹기 보급과 전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옹기축제로 득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돈이 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옹기마을을 조성하는 과정부터 매년 벌이는 축제 때마다 피해를 감수해 왔는데 차라리 그 돈을 주민 소득을 위한 사업에 써야 한다”면서 “옹기축제 기간 내내 쓰는 예산 가운데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얼마나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축제 때 마을 옹기와는 아무 관련 없는 유명 가수들 불러다가 돈을 뿌리면서 그나마 지역 출신 가수를 섭외해달라고 하면 무시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2025 울산옹기축제’ 프로그램은 옹기로 길놀이, 옹기 특별체험, 옹기특공대 흙놀이 체험, 과자 만들기 체험, 옹징어 게임 등이 배치됐지만 방문객 다수는 옹기축제가 아니라 “뒤란 공연 보러 간다”고 할 만큼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매년 옹기축제를 개최할 때마다 쏟아부어 온 10억여 원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축제 때마다 온양읍에서 볼펜 한 자루 구매하지 않는 울주문화재단은 주민들의 희생과 고충을 위해 관련 예산을 얼마나 편성하고 있는 걸까?

이승진 울산장애인자립생활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