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성이 안심하고 일하는 지속가능 도시
‘여신을 찾아서’의 저자 김신명숙은 마리야 김부타스(Maria Gimbutas)의 가설을 바탕으로 고대 크레타 문명(약 7000년 ~ 1450년 BC)을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의 크레타 문화는 평화롭고 평등한 어머니 중심의 사회였으나, 이후 가부장적인 기마 전사 집단의 침략으로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이 멸망하게 되었다. 신라의 선덕여왕이 세운 첨성대도 단순한 천문 관측 시설뿐만 아니라, 여신의 상징이자 신전으로도 기능했으며, 신라 불상 또한 불교와 여신 신앙이 교차하면서 남성 중심적으로 변해갔다. 청동기 문명 이후 동서양은 부계 사회로 전환하면서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되었다고 한다.
산업수도 울산은 제조업 중심도시로 일자리도 남성 중심적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쉽지 않고, 결국 지역 소멸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들이 떠나지 않고 오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인구 소멸 위험지수(마스다 지수)는 출산 가능 연령대의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해당 지역은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지역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이 많아야 하며, 이는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여성들이 정착하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일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 또한 중요하다. 여성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과 관광산업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만, 제조업과 신산업 분야에도 여성 인력을 적극 유입해야 한다. 제조업 노동환경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활용한다면 여성들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 또한, 품질관리, 공정 설계, 산업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여성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다. IT, AI, 데이터 분석과 같은 디지털, 신산업 분야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울산시는 5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18개의 이 분야 맞춤형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 모빌리티 부품 개발 등 고부가가치 직종 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여성 일자리박람회를 개최하여 직업 정보 제공 및 취업 알선을 통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여성인력개발센터 내 취업·창업 인큐베이팅존을 조성하여 창업 공간과 기업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온라인 마케팅, 브랜딩, 전자상거래 관련 교육을 확대하여 울산의 여성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여성이 머무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한 생활환경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여성안심순찰대를 확대 운영하며, 순찰 지역을 기존 8개에서 16개로 늘리고, 순찰 시간을 밤 11시까지 연장했다. 또한, 여성 안심귀가를 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사업을 통해 여성 ‘안심하길’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디지털 성범죄와 스토킹, 교제 폭력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대면 상담과 법률·의료서비스를 연계 제공하고, 불법 영상물 삭제 및 유통 차단을 위한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스토킹과 교제 폭력 피해자들에게는 112 비상벨, 창문 잠금장치, 스마트 도어벨 등 안전 장비를 지원하며, 긴급 주거 지원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에서는 폭력 피해자의 초기 상담부터 피해 회복까지 지원하는 통합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무료 법률·의료 지원과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울산시립아이돌봄센터에서 24시간 365일 긴급 돌봄을 제공하고, 어린이집 부모 부담 필요경비 지원을 확대하고, 행복렌터카 사업 등도 추진한다.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이 필요하다. 울산이 여성들이 더 안심하고 일하며 생활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난다면, 젊은 여성들이 떠나지 않고 모두가 살기 좋은 꿈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승대 울산시 행정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