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수의 영어단어 이야기(9)]아파트에서 빌런까지

2025-05-08     경상일보

한국 가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지난해 10월 발매한 앨범 의 수록곡 ‘APT.’는 술 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곡이라지만, 그 게임 역시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 기반하고 있다. 오늘은 아파트와 ‘빌라’, 그리고 빌라에서 파생된 단어의 어원에 대해 살펴본다.

아파트의 영어 표현이 apartment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단어는 라틴어 partire(나누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어 appartamento, 프랑스어 appartement를 거쳐 영어로 유입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큰 건물 안에서 분리된 공간’을 의미했지만, 프랑스에서는 ‘건물 내의 독립된 거주 공간’으로 확장되어 오늘날의 의미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를 건물 전체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의 apartment는 일반적으로 한 세대의 공간을 뜻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세 사기의 대상이 되며 화제가 된 ‘빌라’의 어원도 흥미롭다. villa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로마시대 귀족이나 부유층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지은 ‘시골의 대저택’을 가리켰다. 주로 넓은 토지와 농장이 함께 딸려 있었다. 이 의미는 중세에도 유지되어 오늘날까지 ‘고급 전원 주택’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보다 작은 건물을 ‘빌라’라고 부르며, 본래 의미와는 차이가 크다.

villa에서 파생한 단어 중 하나는 village이다. 원래는 villa에 속한 농노, 하인들이 모여 살던 정착지(villaticum)를 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농촌 마을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가장 흥미로운 파생어는 아마도 ‘빌런(villain)’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을 ‘~빌런’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villain은 본래 villa에서 일하던 농노나 하인을 뜻하는villanus에서 비롯되어 고대 프랑스어 vilain을 거쳐 영어로 유입된 것이다. 중세 봉건시대에는 농민 계층을 천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기에 villain은 ‘무례한 사람’ 또는 ‘교양 없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고, 이후 점차 ‘악당’ ‘사악한 사람’이라는 현대의 의미로 굳어졌다.

심민수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