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김상욱 국힘 탈당…곧장 민주당행은 쉽지 않을듯
2025-05-09 김두수 기자
지역 정치지형 재편은 탄핵정국에서 국민의힘 논란의 중심부에 있던 김상욱(울산 남구갑) 의원이 8일 공식 탈당을 선언하면서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에서 4석(김기현·박성민·서범수·김상욱)을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3석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2석이었던 진보진영(더불어민주당·진보당)은 무소속으로 전환된 김 의원이 사실상 진보쪽으로 말을 바꿔탈 가능성이 높아 3석으로 늘어난 셈이다.
김상욱 의원은 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다”고 선언하며 “앞으로 극우 보수와 수구 보수가 아닌 참 민주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탈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이어 탄핵정국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사사건건 갈등을 겪어오다, 정치적 구실을 만들어 끝내 탈당을 감행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4박 5일간 몽골을 공식 방문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고민정 의원과 동행한 시점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우 의장은 국회 운영의 법적·중립적 외형상 무소속이지만 정체성은 민주당 소속이나 다름없기에, 당 원내지도부의 사전 승인조차 없는 김 의원의 동행 자체가 탈당 후 민주당 이적 가능성이 높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김 의원의 행보를 놓고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 “당인으로서 맞지 않다”는 기류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의원은 정치적 휘발성이 강하고 당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주요 법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서도 당내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방침에 공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당론에 반기를 들며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한 사례도 수차례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 선출직 당원과 책임 당원들로부터 수차례 탈당 압박을 받았다. 김 의원은 그간 ‘갈지자’ 정치적 행보에 대해 헌법정신과 정치소신을 내세웠지만, 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아 원내에 입성한 정당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를 저버린게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향후 정치적 관전 포인트는 김 의원이 탈당 후 정치 행로다.
김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재명·이준석 후보 등 대선 후보님들과 만나 현안 해결과 나라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핵심 인사는 이날 본보 취재진과 통화에서 “김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현재로선 이 후보와의 면담성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또 그럴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당에 스스로 입당원서를 내고 입당하게 된다면 그때 당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민주당의 다른 핵심 인사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김 의원이 입당한다 해도 무슨 도움이 될 지 모른다. 특히 울산 지역 정서를 감안할 때 (김 의원 입당 후) 민주당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민주당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당내 일각의 이러한 시각을 감안할 때 김 의원의 공식적인 당적 이동은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아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당적 이동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 의원은 ‘무소속 중간지대’ ‘외톨이 정치인’으로 전락하면서 향후 정치적 험로가 예상된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