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산불, 먼 산에 불 아닌 발등에 불
1982년 3월 가수 이용 씨는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가리라”라는 가사가 담긴 ‘서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43년이 지난 2025년 3월, 대형 산불로 국내 최대 면적의 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산림비율이 62.7%로서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며, 특히 울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 소나무 비율이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울산시에서는 산림 수종 변경 사업으로 활엽수 위주의 수종 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주권과 산림 지역의 경계에 인접한 곳이 많아 산불에 대한 완충지대로 ‘방화수림대(防火樹林帶)’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울산의 산불은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과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일대 두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여 거센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확산대응 단계인 산불 3단계에 이르렀으나, 지난 3월 27일에 다행히 큰 인명 피해 없이 모두 진화되었다.
산불이 100㏊ 이상 혹은 24시간 이상 지속되면 시·도지사나 산림청장이 지휘권을 갖게 되는데, 울산에서는 울산시장이 지휘권자로서 소방대원과 군·경, 공무원, 기업체, 민간단체 등 지역 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총력 대응하였다. 특히 화재에 민감한 지역 산업의 특성 탓에 주요 기업체의 소방장비까지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있었던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다.
아울러 두 곳에 분산되어 진화작업을 하기보다는 민간의 피해를 우선순위로 두고 직접적인 민가의 피해가 우려되었던 언양의 산불을 선제적으로 진화하고 난 이후 온양 산불로 집중시켰던 울산시의 전략적 결정도 또한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기후와 산림환경의 변화로 잦은 대형산불 발생 우려가 큰 만큼, 적절한 소방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산불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 조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울산시에서는 여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에 인접한 다세대 주택은 건축허가 단계에서 물탱크(소방저수조)를 의무화하거나, 민간 소유 산지에도 임도 개설을 위한 적극 행정 조치를 비롯하여 고압 송전탑 화재를 막기 위한 선하지의 폭넓은 가지치기 등이 그런 조치일 것이다. 특히 울산은 대규모 국가기간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어서 송전탑 화재 시 단전으로 인한 막대한 생산차질 등 손실이 우려되기에 이와 같은 조치는 특히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산지에 인접한 민가 주변에 산불에 강한 내화성 유실수를 심어 방화수림 벨트를 조성하여 화재로부터 민가를 보호하는 한편, 고산지에 염소 사육을 늘려 불쏘시개로 활용될 수 있는 낙엽이나 풀 등을 사전에 제거해 나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렇게 유실수를 방화수림으로 조성할 경우, 산불의 확산을 막아 민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기서 수확되는 과일은 경제적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산지 염소 사육을 늘리는 것도 또한 산불 예방 및 경제적 산출의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이번 산불의 규모가 컸음에도 진화작업을 하던 공무원 2명의 가벼운 상처를 제외하면 인적 피해가 없었고, 민가에서의 피해 또한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울산시의 산불대응 체계는 비교적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잦은 대형 산불이 예상되는 만큼, 무엇보다 산불의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와 조치라는 과제가 이번 산불의 교훈으로 남았다.
종로와 을지로에 사과나무와 감나무를 심어서 서울의 꿈과 희망을 찾자고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도 감나무와 밤나무 등 유실수를 심어서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화수림으로 활용한다면, 감과 밤이 익을 무렵에는 우리의 경제적 풍요로움은 물론 낭만마저 익어갈 것이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