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복합재난 시대의 새로운 생존 전략

2025-05-12     경상일보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올해 초 미국 LA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구 반대편의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3월에는 우리 지역 울산 울주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산불이 발생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있었고, 870여 명의 주민이 긴급히 대피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울산을 비롯한 경북, 경남 일부 지역에 ‘재난사태’를 긴급 선포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재난 대응의 공식마저 바꾸고 있다. 강풍을 동반한 산불은 도시까지 위협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대도심의 싱크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대형 복합 재난’이라는 시대적 도전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재난 앞에서는 전통적인 경험과 직관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위험 감지와,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과학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재난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도 첨단 기술 기반의 새로운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물관리 인프라에 드론, 위성,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해 복합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관련한 대표적 기술 사례로는 ‘디지털 트윈 물 관리 플랫폼’ ‘AI 정수장’ ‘스마트 관망 관리(SWMM)’ 등이 있다.

‘디지털 트윈 물 관리 플랫폼’은 현실 세계의 물 관리 상황을 가상의 디지털 환경에서 정교하게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AI 정수장’은 운영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분석해 미세한 이상 변화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 관망 관리는 유량, 수압, 수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오염이나 이상 상태를 즉각 탐지하고 도시 전역에 안정적인 물 공급을 보장한다.

이 외에도 자율 주행 드론을 활용한 댐 안전 점검, 인공지능 기반의 홍수 예측 모델 등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을 아우르는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관리 대응력 확보가 K-water의 최우선 목표다.

더불어 기관 간 협력의 범위와 강도도 확장하고 있다. 복합 재난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어 신속한 정보 공유와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K-water는 지난해 11월 소방청과 ‘재난 대응 협력’을 약속했고, 올해 2월에는 산림청 및 행정안전부와도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발생한 산불 진화에서 댐 방류를 통한 긴급 용수 공급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기관 간 협력의 중요성은 재확인되었다.

결국 재난(災難)은 물과 불이라는 상징적인 요소로 이뤄진다. 재(災)는 홍수를, 난(難)은 화재를 동시에 의미한다. 물을 다루는 K-water가 불을 다루는 소방청 등 유관 기관들과 협력하는 모습은 복합 재난 시대를 이겨낼 협력의 상징이자 새로운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의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피해 규모도 점차 증가하는 현 시점에 이제 곧 본격적인 홍수기도 시작된다. 울산은 2016년 태풍 차바로 태화강 범람 위기를 겪었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한 대형 재난으로 울산 시민들이 다시금 아픔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재난 사례를 교훈 삼아 사전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고,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울산 시민들의 일상과 산업 활동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든든한 기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류형주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