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대신 ‘케어키즈존’ 확산

2025-05-12     주하연 기자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여전하다. 이에 문제가 발생할 시 전적으로 보호자에게 책임을 묻는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키즈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지난 2023년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키즈존 현황과 쟁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노키즈존은 542곳, 울산에는 18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실제 노키즈존 영업장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주들은 아이들이 뛰어다녀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매장 내 기물 파손 등 안전사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노키즈존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 중인 사장 A씨는 “높은 계단 경사로 인한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아이들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많고, 안전사고 발생 시 업주 배상책임 부담이 과도해 노키즈존 영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울주군 언양읍의 한 베이커리 카페는 중학생 이하 손님의 실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진열된 빵을 함부로 만지는 경우를 방지하고, 실내만큼은 아늑하고 고요한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조용한 분위기의 ‘감성카페’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을 찾은 정모(34)씨는 “아이 때문에 평소에는 자주 오지 못하지만 혼자 차분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마다 종종 방문한다”며 “아이 엄마로서 노키즈존이라는 영업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소비 타겟층을 고려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곳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유명 빵집에서 어린이가 진열대 위의 빵에 혀를 대보는 영상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아이를 제재하지 못한 보호자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에 노키즈존의 대안으로 아이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대신 부모들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케어키즈존’이 울산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노키즈존보다 합리적이고, 자녀의 보호·관리에 대한 부모의 책임감을 고취시킨다는 평가다.

울주군 삼남읍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아이 손님을 받고 싶지만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할 때마다 매번 보호자에게 신경을 써달라고 말하는 것이 번거로웠다”며 “자녀를 적극적으로 케어해주길 부탁한다는 ‘케어키즈존’ 안내 입간판을 세운 이후부터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면 부모가 훈육하는 등 아이 동반 손님들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