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도 유명기획사 사칭 ‘술 강매 사기’

2025-05-14     김은정 기자
연예 기획사 직원을 사칭해 대규모 주문 예약을 걸어둔 뒤 고급 술을 강매하게 해 이득을 취하는 일명 ‘술 대리구매’ 사기 시도가 울산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11일 동구의 한 식육식당 주인 A씨는 본인을 배우 B씨의 기획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울산으로 촬영을 가는데 12일 방문할테니 배우와 감독이 먹을 수 있는 50인분의 음식을 준비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단체주문이 많았던 A씨는 고민 없이 주문을 받았고, 이후 예약자로부터 기획사명이 들어간 회식비 지출보고서까지 전달받고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예약 당일, 예약자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주문자는 고가의 특정 와인 8병을 선결제 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한 주류 유통업체의 명함을 보내왔다. 보내온 와인은 약 100만원으로 값이 책정돼 있었다.

갑작스럽게 1000만원 가까운 돈을 결제해야 했던 A씨는 이상함을 느껴 술 구매는 불가하다고 전달했다. 예약자는 술 구매가 가능한 곳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며 결국 당일 예약을 취소했다. 당일 노쇼로 50인분의 재료와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는 고스란히 A씨의 부담이 됐다.

연예기획사 직원을 사칭해 단체 예약을 넣고 예약 당일 술이 필요하다며 고가의 술을 현금으로 선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유명인의 이름과 기획사 등을 사칭해 자영업자들에 접근한 뒤 30~50인분의 단체 주문을 넣고 재료 주문이 끝난 예약 당일 “함께 마실 술을 준비해주지 않으면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고가의 술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뒤 허위계좌로 입금하게 해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경남 창원 등에서도 가수 남진·송가인 등의 매니저를 사칭하며 주류 대리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의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A씨는 그나마 술 대리 구매 사기는 피했지만 “결국 남은 고기는 버릴 수 없어 이웃들에게 싸게 팔아 정리했고 인건비 등 피해도 극심하다”며 “다른 자영업자들도 이런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널리 알려달라”고 토로했다.

울산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에서 시작돼 최근 창원 등을 거쳐 울산에서도 이 같은 사기가 발생했다. 외식업중앙회 등에도 사례를 전달해 소상공인들에게 사기 행각에 대해 주의하라고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