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국민연금 개혁,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지난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침내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민 대다수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단연 보험료율 인상이다. 적금이든 보험이든 ‘더 많이 내야 더 많이 받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더 많이 내는 것’에는 언제나 거부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연금 개혁처럼 유권자에게 체감되는 손익이 엇갈리는 사안은 정치권에서도 쉽게 손을 대기 어려운 분야다. 이번 개정 역시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치권의 탄핵 정국 속에서 조용히 통과됐다.
국민연금의 역사를 잠깐 돌아보자.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당시 보험료율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약속한 소득대체율은 무려 70%에 달했다. 포퓰리즘적 요소가 짙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9%로 인상하는 첫 개혁이 이뤄졌고, 그로부터 9년 후인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추가 개편이 단행됐다.
이번 2025년 개정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26년부터 매년 0.5%p씩 보험료율을 올려 2033년에는 현행 9%에서 13%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 변화는 노사합산 기준으로 산정된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의 세전 소득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지금은 매월 4만5000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8년 후에는 이 금액이 6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즉, 세후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셈이다. 사업주 역시 동일한 수준으로 추가 부담이 발생하며, 이는 곧 간접노무비의 증가를 의미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험료 인상은 자연스레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후 월급이 줄어드는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사업주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노사 간 마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개정에는 출산 및 군복무에 대한 연금 가입 크레딧 제도에 대한 확대 방안도 포함돼 있다. 출산의 경우 기존에는 상한이 있던 크레딧 인정 기간이 완화됐고, 첫째·둘째 자녀에게는 각 12개월, 셋째 이후 자녀부터는 18개월씩 인정된다. 군복무의 경우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크레딧 기간이 확대된다. 이는 근로 공백 기간에도 연금 수급권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이번 개정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한국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전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노인이라는 현실은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세대 간 부조’ 시스템인데, 저출생으로 인해 납부자는 줄어들고, 급여 수급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는 연금 제도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단일 사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년 연장을 65세까지 늘리는 법안,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조정하는 법안, 임금 피크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 등 관련된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이미 최대 65세까지 늦춰진 상황에서,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 개편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단기적으로 청년층 일자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층이 더 오래 일자리를 점유하게 되면 청년층의 진입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은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 보장’이라는 사회적 신뢰 기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라는 정책 도구가 지금 당장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회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연금개혁은 기술적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이다.
도강혁 한빛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