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오존,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
남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며, 한낮 기온이 25℃를 훌쩍 넘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며 자외선 지수가 높아지는 이 시기에는 자외선 차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한여름이 자외선 위험이 가장 클 것 같지만, 요즘처럼 습도가 낮고 햇볕이 강한 봄철이 자외선 투과량이 더 많아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자외선만 주의하면 될까? 이맘때 기승을 부리는 또 하나의 기체, 오존(O3)도 주의 대상이다. 오존은 산소원자(O) 3개가 결합한 산소 분자로, 화학적으로 매우 활성이 높고 반응성이 강한 기체다.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보호막이지만, 지표면에서의 오존은 ‘유해 오염물질’로 작용한다. 지표면 오존은 태양에너지가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자외선과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생성 가스다. 따라서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으며 대기가 정체된 날일수록 오존 농도가 높아진다. 특히 30℃ 이상 더운 날 오후 2~5시에는 오존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오존 농도 단위는 ppb(parts per billion)로, 공기 10억 개 분자 중 오존이 몇 개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0ppb만 증가해도 사망률이 1~2%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개 오존 농도가 0~50ppb: 매우 좋음. 50~100ppb: 보통 (민감군 주의), 101~150ppb: 나쁨 (호흡기 질환자 각별한 주의)으로 나뉘는데, 환경부는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120ppb 이상이면 ‘오존주의보’를, 300ppb 이상이면 경보, 500ppb 이상이 예상될 경우 중대경보를 발령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오존주의보 발령 시기가 앞당겨지고 발령 빈도와 최고 농도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충청남도 보건환경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오존주의보 첫 발령일은 2016년 5월 18일에서 2024년에는 4월 7일로 한 달 이상 앞당겨졌고, 발령 횟수는 32회에서 76회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 오존 생성이 촉진되고, 바람의 흐름이 약화되면 오염물질이 정체돼 오존이 축적된다. 여기에 내륙의 건조한 대기는 오존 분해를 방해해 고농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나아가 지표면 근처의 대류권 오존은 온실가스의 하나로, 이산화탄소(CO2)나 메탄(CH4)보다는 수명이 짧지만, 지구 복사열을 가두는 강한 효과를 나타낸다. 결국 기후변화로 생성된 오존이 다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5월7일, 전남 여수와 광양에서 오존주의보가 각각 2차례 발령됐다. 여름으로 향해갈수록 고농도 오존일수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오존은 강한 산화제로 호흡기·피부·눈·코 등 감각기관에 강한 자극을 준다. 미세먼지와 달리 마스크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오존 농도가 높을 땐 어린이, 노약자, 심장 및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일반인도 격렬한 야외 운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