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물류거점 도약, 육상허브 화물터미널 확충 서둘러야

2025-05-15     오상민 기자

울산은 ‘자동차·석유화학·조선’을 3대 산업 축으로, 대한민국 제조업을 선도해 온 산업수도다. 실제 울산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1.4%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조선·석유정제·석유화학 4대 주력산업이 그 중 80.7%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세계적 조선소 등이 자리한 울산은 국내에서 산업 생산량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이러한 대규모 생산 활동은 원자재의 반입부터 완제품의 출하까지 막대한 물류 수요를 발생시킨다. 산업단지에서 전국 각지로 부품과 제품을 실어나르고, 울산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입하는 화물까지 고려하면 울산의 육상 물류 인프라 중요성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울산 제2육상 화물터미널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글로벌 오일 허브 울산항

울산항만공사(UPA)에 따르면, 2024년 울산항에서 처리한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억9947만t으로 2억t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전국 무역항 중 부산항(약 4억t)과 광양항(약 2.7억t)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물량으로, 울산이 대한민국 주요 물류 거점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 수치의 대부분은 원유·석유제품, 액체화학품, 철강재, 완성차 등 산업 연관 화물이 차지하며, 컨테이너 화물 비중은 크지 않다. 실제 지난해 울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40만1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같은 기간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 2440만TEU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울산항은 거대한 물동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울산지역 산업을 위한 수출입 실화물이며, 부산항처럼 해외 환적화물 비중이 높은 글로벌 허브항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울산에서는 항만을 통해 들어온 화물이 최종 소비지로 가거나 국내산 제품이 항만으로 모이는 내륙 운송 단계의 효율성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은 동해안에 접한 항만도시이지만, 항만 인프라와 육상 물류인프라의 격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항만에서 하역된 화물이 육로로 이동하려면 결국 내륙 운송망과 터미널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환적지와 보관시설이 부족하면 운송 효율이 떨어지고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항만이 있어도 터미널은 별개”…항만과 육상 물류의 간극

울산항에서 쏟아지는 화물이 제때 분산 처리되지 못하면 결국 도로 상에서 지체되거나 인근 도시의 터미널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울산의 일부 화주는 울산항으로 들여온 컨테이너를 부산신항 등지로 이동시켜 처리하거나, 대구·경북의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는 추가 운송비와 시간 손실로 이어져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부산항은 세계 7위권의 초대형 컨테이너 환적항만으로 성장하면서 항만 내에서 대부분 화물이 처리가 된다. 연간 처리 물동량 2440만TEU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적화물일 정도로, 부산에서는 선박 간 옮겨싣기가 주를 이룬다. 부산항과 울산항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부산은 환적 중심이라 항만 자체가 거대한 터미널 역할을 하지만, 울산은 산업도시 특성상 최종 목적지가 국내인 화물이 많아 항만 밖 육상물류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울산에는 항만과 산업단지를 이어주는 내륙 물류기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정작 현존하는 화물터미널 하나로는 그 역할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전·광주 대비 부족한 물류 인프라

울산의 육상 물류 수요에 비해 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화물터미널을 들 수 있다. 화물터미널은 컨테이너나 화물차로 운송되는 화물을 집하·분류하고 보관·환적하는 시설로, 지역 물류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울산에는 현재 시 전역을 통틀어 정식 허가를 받은 종합 화물터미널이 단 1곳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울산화물터미널은 지난 1995년 5월에 개장한 이후 추가로 확충된 대형 터미널이 없다.

반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시들은 일찍부터 복수의 화물터미널을 갖춰 왔다. 광주는 1983년 이미 북구 각화동에 화물자동차터미널을 개장했고, 2004년에는 서구에 풍암물류터미널을 추가했다. 대전 역시 1990년 대덕구에 공용 화물터미널이 문을 연 데 이어 2001년 유성구에 중부권 물류터미널을 개설해 현재 두 곳의 대형 터미널이 운영 중이다.

인구 110만명 안팎의 울산은 인구 규모면에서 150만명대인 대전·광주보다 다소 작지만, 산업 물동량은 오히려 훨씬 많다. 그럼에도 울산의 물류인프라는 양적·질적으로 이들 도시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리적으로 국토 중심에 위치한 대전은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교차하고 철도 물류거점도 발달해 일찍부터 내륙 물류허브 역할을 해왔다. 광주는 호남권 산업의 집결지로서 광산구 평동과 송정역 인근 등에 물류 단지가 조성되고 도로·철도망이 확충됐다.

이들 도시는 제조업 비중이 울산만큼 높지 않아도 광역권 물류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온 셈이다. 반면 울산은 산업 규모에 비해 물류 시설 투자가 더뎠고, 화물터미널 역시 30년 가까이 단 한 곳에 머물러 만성적인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항만이 크다고 해서 육상 물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항만이 있어도 터미널은 별개의 문제”라며 항만 물동량에 걸맞은 내륙 물류거점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