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6주년]작품배경·작가의 삶 담은 문화유산은 훌륭한 관광상품

2025-05-15     차형석 기자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은 문학인도 많이 배출한 도시다. 대표적으로 최현배, 오영수, 서덕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정인섭, 신고송, 김태근, 조순규, 김기오 등 여러 문인들이 울산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 문학인과 문학유산을 활용한 관광상품이나 관광상품화 시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타 지자체들이 지역 출신 문학인들을 활용해 관광상품화에 나서 외지인들을 불러모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선 8기 김두겸 시정부는 ‘문화도시 울산’ ‘꿀잼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 울산의 문학인과 문학유산을 활용한 관광상화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가와 떨어져 관광연계 효과 낮아

지난 6일 찾은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 화장산 기슭 입구에 자리잡은 오영수문학관. 지상 2층에 1개동, 총 연면적 538㎡ 규모의 이곳은 문학인 난계(蘭溪) 오영수(1909~1979) 선생의 육필원고와 미술작품 등 188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는 울산 유일의 문학관이다.

오영수문학관은 2014년 1월 개관 이후 10년만인 지난해 연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새 단장을 마치고 3월 말 다시 문을 열었다. ‘오영수 작가의 숨결이 깃들다’ ‘살아 숨 쉬는 작품세계’ ‘예술의 혼’ 등 3개의 존(Zone)으로 구성돼 오영수 선생의 일상과 가계도, 작품세계, 오영수의 문학평가 등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하지만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임에도 찾는 이가 많이 없어 문학관 내부는 썰렁했다.

오영수문학관 관계자는 “평일에는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주말에 타 지역에서 문학기행 등으로 단체 방문객이 종종 오곤 한다”고 말했다. 오영수문학관의 연 평균 방문 인원은 약 1만8000명으로, 하루 평균 50명꼴이다.

개관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다, 위치 또한 도로변이 아닌 외곽 산기슭에 있어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버스를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이에 울산시민보다는 문인이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외지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문제는 오영수문학관과 오영수 선생의 생가간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언양읍 동부리의 언양읍성 인근 오영수 생가와 오영수문학관은 약 1.5㎞ 떨어져 있다. 오영수 생가는 허물어져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인근 주택가 골목길에는 오영수 선생과 관련한 벽화와 사진, 간단한 약력 등이 꾸며져 있다. 이 길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오영수길’로 불리고 있지만, 공식적인 도로명은 아니다. 언양읍성에 왔다가 이 길을 지나게 되면 이곳이 오영수 선생이 태어난 생가가 있던 곳이고, 오영수가 어릴 적 노닐던 곳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최인식 오영수문학관 관장은 “원래 오영수문학관을 건립할 때 동부리 생가 주변을 고려했던 것으로 안다. 땅값 등 예산 문제로 현재의 위치에 건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가 주변에 건립이 됐더라면 언양읍성 등 주변 관광명소와 연계해 관광상품화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타 지역 문학인 관광상품화 활발…오영수길 조성 등

울산에서 오영수 선생과 관련한 관광상품이나 주변 조형물, 길(도로명) 등은 없다. 지역 신문사에서 오영수문학상과 오영수 백일장, 오영수 소설콘서트 등을 진행하고 있고, 오영수문학관에서 오영수 문학상 초청강연을 1년에 한 차례 여는 게 전부다.

또 다른 울산 출신 문학인인 서덕출(1906~1940) 선생의 경우 서덕출공원 및 전시관이 조성돼 있지만, 이와 관련한 관광상품은 마찬가지로 없다. 서덕출 문화제, 서덕출 창작동요제, 서덕출 글짓기 및 그리기 대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행사 주최·주관기관이 다 다르다.

반면 타 지역은 해당 지역 출신 문학인들을 활용한 관광상품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의 경우 남산의 3.8㎞ 도로를 ‘소월로’(남산을 끼고 남쪽으로 한 바퀴 쭉 도는 노선)로 명명하고, 김소월의 詩문학과 남산, 김구 광장 등 역사자원과 결합해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 매년 4월 말 이곳에서 ‘소월길 진달래꽃 축제’를 열고 시 공모전, 사진전, 시 구절을 활용한 네온사인 설치, 진달래 굿즈 판매 등으로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춘천시는 강원도내 대표 문학마을인 김유정문학촌을 특화 문학마을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김유정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캐릭터 조형물로 만드는 등 관광상품화 해서 한 해 50만명 이상을 불러모으고 있다. 김유정을 테마로 한 영상·음성 콘텐츠도 있으며, 경춘선의 역이름도 ‘김유정역’이다.

목포시는 몇 년 전부터 차범석, 김우진 등 지역 출신 문학인과 문학유산을 활용한 ‘목포문학길 투어’ 등 맞춤형 문학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목포 출신 작가들의 생가와 작품 배경지를 둘러보는 목포근대문학길, 목포문학관, 목포문학비 탐방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본보에 오영수 선생이 가족과 문인에게 보낸 편지를 사후 44년 만에 공개했던 박종석 문학평론가는 “오영수 선생의 생가 주변이 아니더라도 작품 ‘갯마을’에 나오는 울주군 서생 진하해수욕장 일원의 길을 ‘오영수길’로 명명하는 것도 관광객 유입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영준 울산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문학인의 이름을 딴 길 조성도 좋고, 작품 배경 장소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문학을 담당하는 문화예술과와 이를 관광상품화 하는 관광진흥과에서 협업하는 식으로 지자체가 총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 출신 문학인과 문학유산을 활용해 관광상품화 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등 관광상품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