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산업혁명과 울산 산업의 미래]‘첨단 DNA 이식’ 울산 주력산업 체질 바뀐다

2025-05-15     석현주 기자
울산

‘산업수도’ 울산이 거대한 산업 전환의 물결 속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산업지형이 5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울산 역시 기존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 첨단 산업도시로의 체질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친환경 전환 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제조혁신 전략’을 살펴본다.

◇조선업, ‘스마트 야드’ 구현으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

조선업은 울산의 뿌리산업이자 미래 제조혁신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스마트 야드(Smart Yard) 구현을 목표로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 야드는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선박 건조 전 과정에 적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지능형 조선소 개념이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는 미국 방산 AI 전문기업과 협력해 미래형 조선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현을 완료한 상태로 실제 조선소를 가상의 3D 공간에 구현하는 ‘트윈포스’를 통해 설계와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장의 작업 오차와 중복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설계·조립 공정의 연계를 강화해 전체적인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다.

HD현대는 2026년까지 2단계 ‘연결·예측 기반 최적화 조선소’를 완성하고, 최종적으로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할 방침이다. 완성 후 생산성은 30% 증가, 선박 건조 기간은 기존 대비 30% 이상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시대 본격 개막

울산의 또 다른 핵심 산업인 자동차도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전기차 전환과 스마트 제조 기술 도입의 최전선으로,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제조혁신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앞으로 하이퍼 캐스팅, 디지털 트윈, 로봇, AI 등 200여 종의 첨단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하이퍼 캐스팅은 수많은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는 공법으로, 차량 부품 수를 줄여 생산 효율을 높이고 품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3D 카메라와 AI 분석 기술을 활용해 부품의 결함을 자동으로 탐지해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첨단 공정도 도입된다. 울산시와의 협업도 진행된다. 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을 기반으로 한 자율제조 기술 개발에도 본격 착수했다. SDF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전체 공정을 제어·운영하는 스마트 제조체계로, 제조업의 자동화·지능화·자율화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 한국기계연구원, UNIST, 한국기술교육대 등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하며, 현대차 울산 전기차 신공장에서 SDF 플랫폼의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유·석유화학, AI로 공정 안전성과 효율성 동시에 확보

정유·석유화학 분야 역시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스타트업 ‘딥아이’와 협력, 초음파 기반 AI 비파괴검사 설루션(IRIS)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의 수작업 기반 검사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촬영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열교환기 등 주요 설비의 결함을 정확하게 판독한다. 정확도는 95% 이상이며, 검사 시간은 기존 대비 90% 이상 단축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배관, 보일러, 탱크,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S-OIL은 ‘공정 안전·운전 위험 관리 설루션’(PSORMS)을 도입해 온산공장의 스마트플랜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PSORMS는 통합 제조 운영 시스템(S-imoms)의 핵심 설루션으로, 생성형 AI가 적용된 작업 위험성 평가(JSA)를 통해 공정 안전성을 강화하고 법규 준수, 협력업체 안전관리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는 변경·사고 관리, 공정위험성 평가, 비상상황 대응까지 포함한 2단계를 추진 중이다.



◇‘울산형 산업전환’ 기술·정책·인재 생태계 동시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울산의 산업 디지털 전환이 개별 기업의 노력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전략적 연계와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뿐 아니라 제도, 정책, 인재,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진정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연계해 △AI 기반 제조혁신 지원센터 구축 △국가산단 내 스마트팩토리 보급 확대 △이차전지·수소 등 미래 주력산업 중심의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테크노파크,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연구원 등 지역 주요 기관들도 산학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기업 기술 수요와 인력 공급을 연계하는 구조적 지원을 통해 울산형 디지털 산업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제도·정책·인재·자금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적 혁신”이라며 울산 제조업 DNA를 바탕으로 전 산업을 포괄하는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