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도서관 산책(5)]키즈카페같은 ‘책놀이터 북적북적’

2025-05-16     경상일보

울산 동구 서부동에 위치한 ‘책놀이터 북적북적’(이하 북적북적)은 어린이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지난 4월21일 문을 열었다.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바깥 활동이 어려워진 요즘, 실내에서도 마음껏 놀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지는 가운데 이곳은 책과 놀이를 자연스럽게 엮어낸 신개념 도서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적북적은 울산 동구청과 지역 기업인 HD 현대중공업, 신영이 협력을 통해 폐원된 유치원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1196㎡ 규모로, 8000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으며, 도서관과 돌봄센터의 기능을 함께 하는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독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신체활동과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요 이용자인 유아와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공간을 구성했으며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앉거나 엎드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형태의 가구도 배치돼 있다. 공간 전반에는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의 자재를 사용해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체 활동을 위한 놀이 공간과도 잘 어우러져 보인다.

전통적인 도서관이 요구했던 ‘조용해야 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북적북적은 일정 정도의 소음을 포용하고 어린이들의 활기찬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2층의 책놀이터에는 북라운지, 꼼지락다락방, E누리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방형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조용한 독서와 활발한 놀이가 충돌하지 않도록 각 공간이 적절히 구획돼 있다. 북라운지는 자녀가 책을 읽거나 노는 동안 학부모가 대기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다. 꼼지락다락방은 그물망으로 만든 입체 놀이 구조물과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꼭대기에는 다락방이 있어 벽면을 활용한 블록 조립 놀이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유도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미국 시더파크공공도서관(Cedar Park Public Library)에서 어린이 책과 입체적 놀이 공간, 야외 놀이터를 결합한 형태가 있다. 또한, 호주의 헬렌스베일 분관 도서관(Helensvale Branch Library & CCYC)에서는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산의 사상도서관에는 동작 인식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디지털 놀이터’를 제공해 실내에서도 스포츠, 댄스, 안전교육 등 활동을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깥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이러한 새로운 공간들은 점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누리터에는 어린이들이 손쉽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학습 도구들을 제공한다. AI(인공지능) 기반의 게임과 학습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씽크터치테이블’, AR 핑거스토리, AI 루카 등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독서와 학습을 더 창의적이고 즐겁게 만든다. 특히, ‘AI 루카’는 독자가 책을 펼치면 자동으로 읽어주어 청각적 체험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책과 친숙해지며 독서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북적북적에서는 책놀이터, 채움놀이터, 북라운지, 별별살롱, 북적온마루 등의 공간을 활용해 독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지상 1층 채움놀이터에서는 5~7세 어린이와 초등학생을 위한 책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반면, 지하 1층의 별별살롱에서는 경제생활 관리나 세계 커피 여행 같은 성인을 위한 강좌가 열린다. 주방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요리 강좌나 독서 후에 물감으로 그림그리기를 할 때 유용하다. 강좌가 없는 시간대는 주민 커뮤니티 모임을 위한 회의나 소모임 공간으로 이용된다. 또한, 북적온마루는 인형극, 저자 특강, 영화 감상 같은 행사와 공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다목적 공간으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북적북적은 울산에 있는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미디어 스튜디오와 편집실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캠코더, 컴퓨터, 마이크, 조명기기 등 촬영 장비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어,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동영상 제작에 관심 있는 일반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배움터’나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연계해 지원하게 된다면 지역 사회의 미디어 교육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월요일에 문을 닫는 것과 달리 이곳은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예전에 제주 여행 중 도서관이 필요했던 일이 있었는데, 하필 월요일이라 난감했었는데 다행히 한라도서관이 문을 열고 있어 무척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북적북적은 동구에 위치한 공립 작은도서관으로, 어린이 중심의 도서관을 운영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책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다. 단순히 독서하는 공간 이외에도 놀이와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며,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하므로 누구나 볼거리, 체험거리를 누릴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자녀와 함께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야외 잔디마당이 조성된 이곳을 찾아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