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100년 시장의 위기, 공공의 책임과 역할을 묻다

2025-05-16     경상일보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다. 언양시장, 공설시장, 종합상가시장이 함께 어우러져 서부권 경제와 생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언양알프스 시장이 지금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남천을 따라 형성된 공설시장은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대부분의 장옥이 철거됐으며, 일부 잔여 부지도 올해 10월부터 정비 공사를 앞두고 있다.

종합상가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84년 현대식 상가로 문을 연 종합상가시장은 지난해 초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선정되어 개선을 추진하던 중, 같은 해 12월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아 사실상 철거 대상이 됐다.

건물 폐쇄와 전면 영업 중단이라는 현실 앞에서 상인들은 생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종합상가시장은 민간시장으로 건물주와 토지 소유자가 각각 100여명이 넘는 데다, 상가 외에 주택과 건물 주변 가설건축물까지 얽혀 있어 소유권을 정리에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와 함께 제도적 한계와 형평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행정이 직접 개입하거나 공익사업을 단독 추진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이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관리하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상인들이 더 이상 생계의 불안에 내몰리지 않도록 행정이 최소한의 임시 영업 공간부터 마련하는 것이다. 단지 상인들에게 각자도생의 길을 안내할 것이 아니라, 영업 재개까지의 공백기를 견딜 수 있도록 행정이 임시시장을 직접 운영하며, 제도적 틀 안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공동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임시시장 개설을 위한 부지 확보와 개설 방식에 대한 상인회의 합의 도출 역시 쉽지 않은 과제지만, 조정자이자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 바로 행정의 영역이다.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건을 조율해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 바로 ‘적극행정’ 아닌가.

필자가 최근 열린 울주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군정질문을 통해, 울주군 행정이 지금의 상황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을 강하게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합상가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설시장 전환 등 중장기적 대책도 검토의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전남 해남군 매일시장 사례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민간시장의 공공화를 통해 지역 경제의 기반을 되살린 사례가 있다. 울주군 역시 유사한 접근을 통해 현실적 조건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하드웨어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변화, 즉 콘텐츠와 운영 방식 등 종합적이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제2, 제3의 언양종합시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내 민간시장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공공 지원의 틀을 마련하는 일 또한 선결과제라 하겠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공간이 아니다. 주민 간 교류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서민경제의 최전선이다. 언양알프스시장 문제는 단순한 상권 쇠퇴가 아니라, 울주 서부권 지역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경고 신호다.

울주군 행정은 더 이상 현실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저해서는 안 된다.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그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울주군이 언양알프스시장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내디딜 때, 그 결단은 상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지역 공동체 전체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김영철 울주군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