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전리 암각화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보존한다
2025-05-16 석현주 기자
울산시는 15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정밀사진 및 초분광 데이터 구축’ 용역을 공고하고, 문화유산의 과학적 보존과 활용 기반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객관적 학술자료 확보는 물론,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은 총 9700여만원 규모로, 이 중 70%는 국비를 확보해 추진된다. 시가 추진하는 첫 초분광 디지털 기록화 사업으로, 추후 반구천 암각화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추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업 대상인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태화강 물줄기인 대곡천 중류 기슭에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총 625점이 새겨진 암석이다. 1970년 동국대박물관 학술 조사단에 의해 발견돼 1973년 국보로 지정됐다. 너비 9.5m, 높이 2.7m 크기의 바위에는 동물과 사람, 반인반수(半人半獸·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 등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각종 문양을 비롯해 신라시대 왕족과 화랑들이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의 글자들이 적혀있다.
국보 지정 당시엔 기하학적 문양 등이 표현된 암각화보다 제작 시기와 내용이 명확한 신라시대 명문의 학술적가치를 높이 평가해 각석으로 칭했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각석’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명칭 ‘암각화’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지난해 유적 명칭을 ‘울주 천전리 명문(銘文)과 암각화’로 변경했다.
이번 사업은 △암각화 주변 상태조사 및 정비 △40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디지털 정밀사진 촬영 △암면별·도상별 도면 작성 △초분광 데이터 촬영 및 분석 △기존 데이터와 비교한 모니터링 지표 제시 등으로 구성된다. 정밀사진은 RAW 또는 TIFF 파일로 제작되며, 웹 서비스용 JPG 파일도 병행 생성된다.
암각화의 개별 도상이 잘 드러나도록 조명을 활용해 촬영하며, 기존 이미지와 정합해 시기별·주제별 도면으로도 제작된다.
초분광 촬영은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까지 넓은 파장대역을 이용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색상·형태·질감의 차이까지 정밀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문화재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오염, 변색, 균열 등의 이상 징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존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는 이번 촬영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보유한 기존 초분광 데이터와 비교·분석함으로써 유산의 보존상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장기적인 보존계획 수립의 기준자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의 디지털 원형 데이터는 실감형 콘텐츠 제작, 비대면 교육·관광, 전시·디자인·게임·영화 등 다양한 문화산업의 원천 콘텐츠 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더불어 향후 3D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복원, 가상 전시, 주변 환경 시뮬레이션 등에도 활용될 수 있어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는 이번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보존과학, 고고학, 디지털기록화 분야 등 전문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과업 착수 시 사전조사 내용을 보고하고, 수행 과정에서 최소 2회 이상 자문회의를 열어 과업 방향과 결과물의 적정성을 검토하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암각화의 크기, 색상, 질감 등을 ㎜ 단위로 정밀하게 기록하고, 높은 해상도로 디지털화함으로써 문화유산 보존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며 “기록화된 자료는 유산에 대한 연구와 전시, 교육뿐만 아니라 보존관리에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