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시대에서 반도체와 에너지·물 사용의 과제

2025-05-19     경상일보

최근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형 AI 모델, 특히 OpenAI의 ChatGPT 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그리고 딥시크 등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학습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AI의 전력 소모는 크게 학습 단계와 추론 단계에서 소모되는데 전자의 경우, 고성능 CPU나 NPU 등을 수천 대 병렬로 운용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후자의 추론 단계에서는 사용자 요청에 따라 실시간으로 AI가 답변하거나 분석을 수행하는데, 이 또한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지속적인 작동을 요구하면서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예를 들면, ChatGPT-4o와 같은 모델은 학습하는 데는 약 1.3GWh 이상의 전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 가정이 약 1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된다. AI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모델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연산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예를 들면,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 칩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 미국, 대만, 일본 등에서 고도화된 대규모 반도체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고도화된 반도체 공장은 일반 제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장에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을 위한 물이 소모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고성능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최신 팹(Fab)은 하루에 약 100~150MW의 전력을 사용하며, 이는 인구 10만명 도시 하루 사용량에 필적한다.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TSMC의 첨단 반도체공장은 최대 200MW의 전력 사용이 예상된다. 에너지 대부분은 클린룸 유지, 초정밀 장비 운용,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등에 소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사용량 또한 엄청나다.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에서 칩 하나를 생산하는 데 평균 8000~10,000ℓ의 초순수(Ultra Pure Water)가 사용된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약 7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하루 물 사용량은 약 15만t에 달하며, 이는 올림픽 수영장 60개 분량에 해당된다. 이 물은 반도체 웨이퍼 세척, 온도 조절 및 공정 중 화학물질 희석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전기와 물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은 지역사회와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서부나 대만처럼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는 반도체 공장으로 인한 수자원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장 가동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는 현실이다. 전기 수요 또한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의 전력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나, 환경적 요인(비가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여 탄소제로인 원자력 발전이 대체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예컨대 인텔은 2030년까지 자사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삼성전자 역시 RE100(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순차적으로 전환 중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AI를 활용한 설비의 고 효율화와 스마트 팹 구축을 통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생산 단위당 소비 전력을 낮추려는 기술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AI를 활용한 생산 최적화 시스템도 도입되어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초순수는 대부분 정화된 후 재사용이 가능하며, 실제로 일부 공장은 70~80%의 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평택공장에서 재 이용률을 9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 하수처리장 연계 및 빗물 활용도까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에는 반도체가 분명 새로운 기회이자 성장 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이 기술 혁신과 함께 에너지·물 자원 사용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정부·기업·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미래를 위한 고성능 반도체는 지속 가능한 지구 위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