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영의 컬러톡!톡!(40)]여행지와 색의 상관관계
여행지와 색의 상관관계는 우리의 감정적 경험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시각적 요소, 특히 색은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며, 인간이 인지하는 정보의 87%가 시각을 통해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색은 장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관광지별 대표 색은 그곳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상징하고, 여행객의 감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색채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심리 상태와 조화를 이루는 색채 환경을 찾아간다. 활력이 필요한 사람은 주황색과 빨간색이 풍부한 활기찬 도시나 축제를, 심신의 안정이 필요한 사람은 푸른색과 초록색의 바다나 숲을 찾아가는 것이 그 예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닌, 우리 마음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정서적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울산은 5월과 6월,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꽃 축제의 도시이다. 꽃양귀비의 강렬한 붉은색, 금영화의 노란색, 수레국화의 파란색, 안개초의 하얀색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거대한 꽃다발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실제로 밝고 따뜻한 색감이 가득한 장소를 방문하면 기분이 한층 밝아지고 활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색채의 영향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관광지의 랜드마크 항공사진을 분석해 대표 색상을 추출하고, 온라인 여행 후기를 살펴보면 색채와 관련된 감성 키워드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예를들어 수국의 푸른빛과 연보랏빛은 심리적 안정과 평온, 시원함을 선사해 휴식과 치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많은 방문객은 ‘꽃의 색이 주는 감동’ ‘수국의 신비로운 분위기’ 등 감성적인 키워드를 남기며, 색채가 여행의 만족도와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광지의 색채 경관은 방문 결정, 체험, 심리적 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지자체들은 도시의 대표색을 공공디자인에 적극 적용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세계적으로도 뚜렷한 색채 이미지를 가진 도시는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행지의 색은 그곳의 자연환경과 문화, 역사, 삶의 방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 색에 끌려 여행을 떠나고, 사진을 찍고, 기억 속에 저장한다. 최근에는 SNS의 영향으로 ‘인생샷’을 위한 색채 공간이 중요한 여행 선택 요소로 중요해지고 있다.
여행이라는 비일상의 시간 속에서 색은 풍경을 특별하게 만들고, 기억을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긴다.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떠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가 품은 ‘색’인지도 모른다.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