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다양성 속의 조화와 공존을 위한 지혜
매년 5월22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이다. 이날은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는 날이다. 올해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 주제는 ‘Be part of the Plan’, 즉 ‘보전 계획의 일원이 되자’이다. 이는 생물 다양성 보전이 전문가나 행정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업, 지역사회, 시민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공동 과제임을 뜻한다. 생물 다양성은 공동의 유산이며, 공동의 책임이다.
생물 다양성은 단순히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생태계의 건강성과 회복력, 인간 삶의 질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식량, 약재, 깨끗한 물과 공기를 제공받고 있으며, 기후 조절, 탄소 저장, 수질 정화 같은 생태계 서비스도 생물 다양성 덕분에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산림 파괴, 해양 오염, 외래종 유입,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물 다양성은 빠르게 위협받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약 4만2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단지 종의 소멸을 넘어 생태계의 붕괴와 인류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 감염병 확산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내 먹이사슬과 에너지 흐름이 변화하며, 이는 전반적인 생태계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
울산은 태화강 국가정원, 영남알프스, 가지산 등 다양한 생물자원을 품은 도시다. 태화강은 수달,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가시연꽃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며, 생태 복원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는다. 과거 오염으로 죽어가던 하천이 생태 복원을 통해 살아난 것은 시민과 행정, 환경단체의 공동 노력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가지산과 영남알프스는 고산 식생과 희귀식물이 분포한 지역으로 생물 다양성 보전의 중요 거점이다. 계절마다 다른 야생화가 자생하고, 깨끗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숲은 지역 생태계의 보고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 확장, 무분별한 관광 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단절되고 생태계 파편화가 발생하고 있다.
울산이 생태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생태계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생물종 모니터링, 서식지 복원, 시민 참여 기반의 관리체계를 포함하는 생태계 기반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시민이 실천할 수 있는 생물 다양성 보호 활동은 일상 속에서도 가능하다. 토종 식물 심기, 외래종 제거, 야생동물 보호, 생물 관찰 활동 참여 등 작은 실천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이끈다. 또한, 쓰레기 투기를 줄이며, 생물 서식지 근처에서는 소음을 줄이는 등 세심한 실천도 중요하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생물 다양성 교육은 미래세대의 감수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교감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 환경 친화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울산은 이를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 울산은 지역 특성과 생태계를 반영하여 도심 생태축 복원, 습지 보호구역 확대, 고산지대 보전,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 다각적이고 실천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각 행정기관 간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생물 다양성은 단지 환경을 위한 가치가 아니다. 기후 위기 대응, 식량 안보, 감염병 예방, 녹색 경제의 기반 등 인류 사회 전반과 연결된 전략 자산이다. 생물 다양성 보전은 경제 성장과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한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임을 명심하자.
생물 다양성의 위기는 곧 우리 삶의 위기다. 지금 우리가 하는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 유산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울산이 생태와 산업의 조화를 이루는 모범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안수일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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