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뿌리깊은 울산 문화예술계 파벌 갈등
이달 10~11일 이틀간 울산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에서 ‘제28회 울산무용제’가 열렸다. 솔로 부문은 한 명의 무용수만 참가해 수상이 확정된 터라 단체 부문 두 팀만 참가해 경연을 펼쳤고, PPM팀이 3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폐막식을 겸해 열린 둘째 날 경연 일정은 울산무용계 관계자들과 참가 무용수 가족, 심사위원 정도만 객석에 자리해 썰렁한 가운데 치러졌다. 울산 무용인들의 축제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고, 그들만의 잔치로 비춰졌다.
무엇보다 폐막식에는 해마다 참석을 했던 울산문화예술계 최대 단체인 울산예총 회장이 불참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울산예총 측은 타 지역 출장을 이유로 들었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았다. 울산예총 각 단위 예술단체들의 대표적 행사에 울산예총 회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작년 연말부터 심화되고 있는 울산예총과 울산무용협회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지역 문화예술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울산예총과 울산무용협회는 이희석 울산예총 회장과 박선영 울산무용협회장이 나란히 2019년에 회장에 당선되고, 이어 2023년 연임되고 나서부터 부회장단 선거, 시 보조금 배분 문제 등과 관련해 수 년째 계속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울산예총의 베트남 해외교류공연을 전후로 양측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울산무용협회가 해외교류공연에 참가 동행한 무용협회 A부회장이 사전에 협회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자체 징계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울산무용협회는 해외교류공연 참가 여부 미통보 등이 협회 회칙 세부규정을 위반한 사안에 해당된다며 윤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만장일치 의결해 통보했지만, A부회장은 “울산예총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이고 통보된 것으로 아는데 사유도 납득이 안될 뿐더러 이제와서 징계하는 저의가 의심된다”며 반발했다. A부회장은 울산예총에 부당함을 호소했고, 결국 울산예총과 울산무용협회간 갈등으로 확산됐다. A부회장에 대한 울산무용협회의 징계 추진 사유가 부당하다며 이번에는 울산예총이 울산무용협회의 징계를 추진한 것이다.
울산예총은 울산무용협회 회장과 징계위원장 등을 최근 불러서 소명을 들었고,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달 중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무용협회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A부회장의 무용협회 징계 소명 당일 울산예총의 부회장과 일부 단체 단위 지회장 등이 함께 무용협회 사무실에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실제 징계가 결정되고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면 자칫 울산무용협회가 울산예총에서 제명될 가능성까지도 나오고 있다.
울산은 민선 8기 들어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 나아가 문화와 예술, 체육,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꿀잼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도시를 만드는데는 최일선에 있는 지역 예술인들의 역할이 막중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울산의 문화예술단체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갈등을 겪으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