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업체는 33곳뿐…도심 화약고 소규모 고물상

2025-05-26     김은정 기자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소규모 고물상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장에는 폐기물 처리 신고 의무가 없어 준수사항을 적용받지 않는 구조적 허점 때문이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울산 남구 상개동의 한 고물상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폐자재 더미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번졌지만, 출동한 소방인력에 의해 진압됐다.

관계자들은 고물 더미 사이에 있던 가스통을 이용자가 부주의하게 건드린 게 가장 유력한 화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소방 관계자는 “산처럼 쌓인 고물들 사이에서 부주의로 LP 가스통을 발로 차면서 불씨가 번졌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조기 진화됐지만 언제 대형 화재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폐기물관리법에 제46조 및 시행규칙에서는 폐지나 고철을 수집·운반하거나 재활용하는 자는 사업장 규모 등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신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광역시의 경우 구는 1000㎡ 이상, 군은 2000㎡ 이상 사업장만 신고 대상이 된다.

사업장 면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소규모 고물상은 폐기물처리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에 따라 안전 관리나 환경보호를 위한 법적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규정 때문에 도심 속 흔히 보이는 소규모 고물상의 수에 비해 울산시에 지난해 신고·등록된 폐고물 사업장은 단 3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신고 의무가 없는 일반 사업장으로 사업자 등록만 있으면 별도의 폐기물처리신고자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번 상개동 화재 역시 면적이 1000㎡에 미치지 않아 어떠한 신고 의무도 없었다.

그러나 도심지 내 고물상 다수가 이 기준에 미달하는 소규모여서 제도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고물상의 경우 작은 화재가 인가로 크게 확산할 수 있어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상개동 인근 주민 김모(27)씨는 “집 근처에 분류조차 쉽지 않아 보일 정도로 폐기물이 높게 쌓여 있어 불이 나면 화재 원인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곳이 많다”며 “고물상은 기본적으로 가연성·인화성 폐기물이 혼재해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안전관리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규제를 모든 업장으로 강화할 경우 아파트 단지 등에서 폐품을 조금씩 모아두는 행위조차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폐품이 무분별하게 모여 있거나 관리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계도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