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공업고등학교에 자동차산업 이끌 인재양성 학과 필요
울산에는 SK도 있고, S-OIL도 있고, 석유화학기업이 즐비하다. 세계 화학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기업의 각축장이 바로 울산이다. 또한, 울산에는 최첨단 선박을 만드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해양산업을 이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는 울산을 떠받치는 3대 기둥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 울산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울산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6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산업분야별 대표 기업들은 후발 주자에서 추격자로, 그리고 선도자로 그 지위가 격상되었다.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정부는 물론 민관이 하나로 똘똘 뭉친 덕분이다. 그 가운데서도 인재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우수한 제품을 만든 인재는 물론, 혼을 갈아넣은 숙련된 기능공들의 노력과 정성 또한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숙련 기능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 기초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출발점이 공업고등학교이다. 특히, 수많은 부품이 장착되어 완성되는 자동차는 기능공 양성이 필수 핵심요소이다.
오래전부터 현대자동차에는 현대공고 자동차학과 출신들이 중요 기능공 배출의 요람 역할을 해왔었다.
현대공고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인이 되신 정주영 회장이 세웠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울산의 현대그룹 산하 기업들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에서 설립됐다. 정주영 회장은 창학 정신에서 ‘앞으로 세계는 공업화에 의해 열려질 것이며 우수한 기술인을 양성함은 선진공업입국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주영 회장의 혜안대로 현대공고는 울산의 기업에 끊임없이 인재를 공급하는 화수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정주영 회장은 또 ‘첨단의 기술을 갈고닦아 조국 근대화의 기수가 되기 바란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주영 회장이 당부 가운데 일부는 현대공고에서 명맥이 일부 끊겼다. 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왜,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인 울산의 공업고등학교에 자동차 관련 학과가 없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었다. 필자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일리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현대공고에 있던 자동차 관련 학과가 폐지된지 제법 오래되었던 것이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자동차과가 슬그머니 폐지되었던 것이다.
폐지 당시에 지역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무척 아쉬움이 크다. 자동차산업은 어느 분야보다 기술의 진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숙달된 유능한 기능공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현대공고가 자동차 관련 학과를 다시 만들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 기업에 인재 공급의 산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발맞춘 기능공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충고를 깊이 새겨야 한다. 로봇이 만능이라고 해도 그 로봇을 작동하는 것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앞선 기술과 좋은 제품도 마지막 화룡점정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공고는 물론 적어도 울산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울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시대에 걸맞은 학과와 학습에 대해 심층적인 고민과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자와 우리 시의회에서도 실업계 고교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기능인이 바로 산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즉시 전력으로 발굴되고 육성하는 요람이 될 때 울산의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의 앞날도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공고를 비롯한 울산지역 실업계 고교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며, 울산교육청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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