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2명 중 1명 폐업…울산 골목상권 초토화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울산 골목상권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커피숍, 편의점, 호프집, 옷가게 등 창업 1순위 업종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폐업률은 팬데믹 당시보다 오히려 높고, 상권은 텅텅 빈 1층으로 표백되고 있다.
27일 찾은 울산 동구 남목 상권. 한때 발 디딜 틈 없던 번화가 골목이 인적 드문 회색 풍경으로 바뀌었다. 상가 절반 가까이에 ‘임대문의’ 팻말이 붙었고, 문을 연 가게도 손님 대신 외로움만 안고 있었다. 8년째 이곳에서 소형 카페를 운영해온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버티기 힘들다”며 “금리도, 물가도 오르고 배달 수수료는 늘었는데 매출은 3년 전보다 줄었다. 요즘은 ‘오늘도 문 안 닫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푸념했다.
실제 수치도 현실을 방증한다. 울산의 자영업 폐업률은 2024년 기준 56.6%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1만8612명이 문을 닫은 이후 2022~2023년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1만8000명대로 반등했다. 울산의 골목상권은 살아나지 못하고 되려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폐업의 무게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커피전문점, 편의점, 치킨집, 호프집, 화장품가게 등 일명 생계형 창업 업종들이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울산 내 커피전문점 수는 전년 대비 2.5% 감소했고, 편의점은 1.8% 줄었다. 호프집은 3.2%가 사라졌고, 옷가게와 화장품 매장도 각각 4.1%, 3.7%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이다. 같은 기간 전국 커피음료점은 9만5337개로 전년보다 743개 줄었고, 편의점은 455개, 패스트푸드점은 180개 감소했다. 호프 주점은 무려 1802개가 사라졌다. 2018년부터 매년 늘던 커피전문점 수가 처음으로 줄어든 해이기도 하다. 전국 자영업 시장에서도 폐업이 창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장사를 접은 자영업자들은 이제 정부의 폐업지원제도로 몰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신청은 2025년 1분기에만 2만3785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2% 급증한 수치다. 철거 비용 지원과 경영 컨설팅이 제공되지만, 이 역시 마지막 기댈 언덕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남은 사업장의 매출은 줄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179만원으로, 1년 전보다 0.72% 감소했다. 울산은 이보다 더 큰 1.2%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도는 점포, 줄어드는 소비, 늘어난 비용의 삼중고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스스로를 ‘고립된 생존자’라 부른다.
울산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영업 구조는 ‘다창업·다폐업’ 체제인데, 지금은 창업자보다 폐업자가 더 많은 구조적 위기로 접어들었다”며 “울산처럼 대기업 중심 산업도시는 외부 충격에 지역경제의 맷집이 약하다. 정책적 개입이 없다면 지역 자영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