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선도하는 울산 강소기업들]기술 자신감으로 조선·방산시장 개척

2025-06-04     오상민 기자

금속은 바다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고온의 배기가스를 품고 염분과 습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선박의 배기계통에서는 몇 달 내 금속 부품에 균열이나 구멍이 생기기 일쑤다.

울산 북구 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기술 스타트업 ‘칸엔지니어링’은 이같은 약점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소재 조합 기술로 조선과 방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메탈 코어드 패브릭 익스팬션 조인트’는 선박의 엔진과 배기관을 연결하는 부위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배기관의 진동과 고온에 따른 팽창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스테인리스강 재질의 금속 주름관(벨로우즈)이 주로 사용됐지만 바닷물의 염분과 응축수, 고온의 배기가스에 반복 노출되면서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계가 있었다.

칸엔지니어링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속 중심 구조에 고내열성 섬유층을 덧대어 탄성과 내식성을 강화했다.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금속의 뼈대에, 유연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직물 재질을 덧대 구조적으로 보완한 것이다. 기존 금속 조인트보다 가볍고 오래가면서도 배기 진동과 열팽창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김상림 칸엔지니어링 대표는 “그동안 소모품처럼 자주 교체되던 금속 조인트의 수명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고 싶었다”며 “겉으로 보기엔 작고 단순한 부품이지만, 실제로는 선박 전체 운용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부위”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해양경찰청이 운용 중인 500t급 경비정에 적용될 예정이다.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됐고, 국방벤처 협약기업으로도 선정됐다. HD현대중공업 협력사 등록도 마치며 민간과 공공, 양쪽 시장 진입 기반을 다졌다.

기술력은 있었지만,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건 ‘제품화’였다. 하지만 북구 중소기업 성장지원사업을 통해 시제품 제작과 제품 홍보영상 제작을 지원받게 됐다.

조선·방산 시장은 납품 사양이 까다롭고 고객 요구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반복적인 제품 개발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칸엔지니어링은 향후 지식재산권 50건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가진 창업 기업이라도 현실의 벽은 높다. 칸엔지니어링 역시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독립된 제조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중에 나온 공장부지 대부분이 595㎡(약 180평) 이상 대형 단위인데다, 월세 300만원에 수천만원대 보증금까지 더해지면 스타트업 입장에선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330㎡(약 100평) 남짓한 공간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그조차 감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내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를 이어가기 위해선 장기임대나 보증금 지원 등 현실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구와 울산테크노파크의 창업지원사업들은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이후 양산 전환이라는 고비를 넘을 수 있는 공간 기반 지원도 병행된다면 지역 창업생태계 인프라를 한단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지원센터라는 든든한 토대 위에서 시제품 제작부터 특허 출원, 첫 매출까지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딘 칸엔지니어링. 이제 이 기업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