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공휴일 영업금지 추진 논란
2025-06-12 오상민 기자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은 지난해 9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국회 소위에서 심사 중인 상태로, 회의를 통과할 경우 현재 지역마다 다른 대형마트 휴업일을 공휴일로 일괄 조정하게 된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휴업일을 ‘공휴일 중 지정 가능’에서 ‘공휴일 중 지정해야 한다’로 수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마트의 공휴일 영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지자체 재량이 대폭 축소된다. 유통업계는 해당 조치가 소비 위축과 업계 간 경쟁 심화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는 이미 월 2회 휴무, 자정 이후 배송 금지 등 각종 영업 제약으로 유통채널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4월 울산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81.8로 전년 동월 대비 6.9%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백화점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0.0% 줄었고, 대형마트도 4.0% 하락했다.
대형마트 3사의 실적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마트는 1분기 총매출 4조2592억원, 영업이익 1333억원으로 성장했지만, 롯데마트는 매출 0.3% 증가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34.8% 급감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전통시장 보호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농촌진흥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1500가구의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대형마트 휴업일에 평균 61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반 일요일(630만원)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온라인몰 구매액은 휴업일에 8770만원으로 일반 일요일보다 130만원 많았고, 슈퍼마켓도 1920만원으로 110만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대형마트 이용객이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몰이나 슈퍼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 유통채널에 주도권을 뺏긴 오프라인 유통망에 또다시 족쇄를 채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니라 혁신을 유도할 정책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