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2025-06-12     서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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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업황 악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신규 채용 절차를 중단하고, 경비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업황 악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법과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OIL은 최근 진행하고 있던 소매영업직 신입사원 공개 모집 응시자에 채용 전형을 중단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경영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소매영업직은 판매 실적·주문 출하 관리, 신규 주유소 유치, 기존 거래처 유지 관리 등을 맡는 직군이다.

애초 S-OIL 해당 직군에 두 자릿수 채용을 추진했고, 계획에 따라 지난달 4일에는 인적성 검사도 실시했다. 이후 두차례 면접을 거쳐 오는 7월 입사를 계획했다.

S-OIL은 이번 소매영업직군 외에도 전반적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채용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OIL은 현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말 기계적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TC2C' 공법이 무사히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가동과 생산 효율성 최대치를 달성하기까지는 우려가 상존한 상황이다.

S-OIL은 올해 1분기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영업이익 4541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8조9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샤힌 프로젝트로 인해 차입금은 2023년 5조6190억원에서 지난해 7조8060억원으로 2조원 넘게 늘었다.

울산의 또 다른 석유화학 사업장인 SK이노베이션도 업계 불황의 파고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경영위기로 인해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백억원 이상을 투자해 울산사업장에 직원 식당과 복지시설, 사무동을 겸한 행복타운을 건설 중인데, 경영 악화가 장기화하면 준공이 내년 말에서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신규 투자와 비용 집행에 대해 우선 순위를 면밀히 따지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투자 우선순위에 드는 생산 현장에 대한 투자를 제외한 지출을 줄이는 모양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정유·배터리 등이 지속 부진하자, 액화천연가스(LNG) 등 안정적 수익창출원을 가진 알짜 계열사인 SK E&S와 합병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사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영 악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대표이사·총괄사장 인사를 단행했는데, 일각에서는 1970년대생 CEO 전격 기용으로 인적 쇄신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업계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울산공장 인력을 여수·대산 등으로 재배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들어서도 수익성이 악화한 공장의 가동률을 줄이고, 장기근속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12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4조9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줄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 부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적 요인이 굉장히 크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 아래로 내려온 것도 장기적으로 유화업계에 악재”라며 “일시적으로 업황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활황기가 와야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지자체가 나서 법과 제도를 통해 업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