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박주용 ‘치어’
그물 빠져나가는 그대여 안녕
가늘고 야윈 오늘의 너를 기억하겠다
물 밖 이파리들이 햇살 머금고 푸르름 더해가듯
낮달이 서녘으로 가며 살 오르듯
너 또한 뼈대 굵어지고 지느러미 힘찰 줄 믿는다
언젠가는 내 별빛 듬성듬성한 그물에 걸리는
시어로 성장하리니
떠나간 오늘을 아쉬워하지 않겠다
모래무지가 굵직한 자갈 휘젓을 때나
피라미 떼가 미루나무 위로 튀어 올라
새의 부리와 구름의 이마에 닿을 때도
너를 그리는 일은 내 몫이기에
평생, 해찰하지 않겠다
시인은 사람 마음을 낚는 언어의 어부
치어(魚), 어린 고기를 놓아주며 좀 더 큰 다음에 낚아 올리겠다는 낚시나 고기잡이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이 시는 사실 시 쓰기에 관한 시이다.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은 어떤 단어나 이미지, 감정의 파편 등 하나의 영감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치어(語), 곧 창작의 불씨인 언어의 씨앗이고 이는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남겨진다. 이 시적 씨앗은 시인의 기억, 정서, 세계관과 맞닿으며 내면의 공간에서 숙성된다. 이 단계에서 시인은 언어를 사유하며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다듬는다. 이제 시인은 숙성된 씨앗으로 운율, 단락, 형태 등 시의 외형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묵과 여백을 고려하여 마침내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성경에서 예수는 베드로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고 말한다. 말씀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끌어올리는 사명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시인도 언어의 씨앗인 치어를 시의 그물로 건져 올린다. 아직 미세해 잡히지 않는 것은 좀 더 영글길 기다린다. 그리고 내면에서 끝없이 궁글리고 사유하며 궁극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낚는 언어의 어부가 된다.
“너를 그리는 일은 내 몫이기에/ 평생, 해찰하지 않겠다” 서품받는 사제의 서약이 연상되는, 시에 천착하겠다는 시인의 약속이 “별빛”처럼 빛난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