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울산 문화예술인]“울산, 다양한 풍경 공존하는 미개척 영화 도시”

2025-06-17     차형석 기자

울산은 문화예술 여러 분야에서 서울, 부산, 대구 등 타 대도시에 비해 열악하고 갈 길이 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영화는 관련 산업이나 인프라, 인력 풀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한 게 현실이다. 홍종오(59) 울산영화인협회장은 이러한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8년째 울산단편영화제 개최 등을 통해 우보(牛步)의 발걸음으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단편영화제 2027년에 울산국제영화제 격상 목표

지난 7~8일 이틀간 울산 남구 태화강국가정원 남측 둔치 특설무대에서는 제8회 울산단편영화제 및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 울산단편영화제는 예년에 비해 출품작 수도 줄고 행사 규모면 등에서 다소 축소돼 진행되었으나, 세간의 걱정과는 달리 유명 배우 등 여러 영화인들이 내빈으로 참석한 가운데 비교적 성황리에 끝이 났다.

홍종오 울산영화인협회장은 올해 단편영화제와 관련 “큰 사고 없이 영화제를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운을 뗀 뒤 “올해는 다양한 주제와 실험적인 시도가 담긴 단편들이 많이 출품되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특히 지역 청년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개막작을 AI(인공지능)영화로 선정하고 폐막공연을 최초로 무성영화 변사악극 ‘홍도야 우지마라’를 선보여 문화 소외세대인 실버세대에게 깊은 공감대를 끌어낸 것은 만족할만한 결과들”이라며 “다만 남구에서 처음 개최되어서인지 아직은 지역 단편영화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울산영화인협회는 2015년 창립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회원수는 약 130명이다.

그는 “처음엔 아무 기반도 없이,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다”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울산단편영화제 10주년이 되는 2027년을 목표로 ‘울산영화제’ 또는 ‘울산국제영화제’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출신으로 학성중, 신정고, 홍익대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홍종오 회장은 대학교 4학년때 같은 과 선배였던 이현승 감독의 데뷔작 ‘그대안의 블루’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韓 미술감독 1세대…“시민이 문화 중심 되어야”

홍 회장은 “그 때 당시는 충무로에 영화 미술감독이라는 직함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고, 처음으로 영화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과 미술감독이라는 직함이 실렸다”며 “그 영화를 계기로 한국영화에 미술감독, 아트디렉트, 프로덕션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이 생겨난 계기가 되었다. 한국영화 미술감독 1세대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장편 12편, 단편 8편, TV 교양 5편 등 총 25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홍 회장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장편중에서는 아무래도 첫 번째 영화인 ‘그대안의 블루’이고, 단편중에서는 울산에서 제작한 ‘웰다잉컴퍼니’다”라며 “이 작품은 반응이 좋아서 현재 울산 모 극단에서 연극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장편영화로 제작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울산의 영화산업 가능성과 관련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영화 제작을 위한 기반시설이 거의 없고, 전문인력 풀 등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울산은 생각보다 다양한 풍경과 독특한 도시적 질감을 가진 곳이다. 보삼마을처럼 한국적이면서도 정감 있는 공간, 태화강 국가정원, 장생포, 산업단지 같은 이질적인 풍경까지 공존하는 도시다. 이건 영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굉장한 자산이며, 울산이 ‘미개척 영화 도시’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울산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히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예술 활동이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특히 시민이 문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