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주 나빠요” 울산서 외국인 선원 분쟁 속출

2025-06-18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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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울산의 한 어선에 승선한 베트남 국적 선원 A씨는 당초 ‘월급제’로 합의하고 계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선주는 경영난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시급제’로 변경했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실제 시급은 6시간만 계산됐고, 항해를 위해 출항한 시간은 아무런 고지 없이 근로 시간에서 제외됐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B씨는 ‘건강보험에 가입해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믿고 승선했지만, 몇달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 고지서를 받고서야 보험이 끊긴 사실을 알게 됐다. 선주가 보험료를 체납하면서 본인 명의로 압류가 진행된 것이다. B씨는 선주 측에 항의하려 했지만 언어 장벽에 가로막혔고 결국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지역 건강보험에 새로 가입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최근 울산 어항에서 외국인 선원을 둘러싼 노동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일부 선주들이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외국인 선원에게 강요하거나 제도 이해도가 낮은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울산에는 총 442명의 외국인이 선원 비자(E-10)를 발급받아 승선 중이다. 이들은 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이며 북구 정자항, 동구 방어진항, 울주군 진하항, 남구 장생포항 등 주요 어항에서 근무한다.

갈등은 주로 임금 체불, 계약 조건 임의 변경 등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원은 한국어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계약서에 서명하며 계약 내용을 이해하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어 각종 위법과 편법에 노출되기 쉽다. 이후 문제가 발생해도 언어 장벽 탓에 대응이 어렵고 그로 인해 분쟁은 장기화하거나 무력하게 끝나곤 한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울산시 등이 정기적인 근로실태 점검과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어업 현장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계약 불이행과 고된 노동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은 폭력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선주와 외국인 선원 간 폭행 사건은 2022년 4건, 2023년 3건, 2024년 3건으로 매년 3~4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어선원 관련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시에서도 울산해경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외국인 선원을 위한 교육과 고충 상담 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