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교육받을 권리, 모든 기본권 실현의 기초”
울산시교육청이 25일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을 초청해 연 헌법 특강이 큰 호응 속에 열렸다. 사전 신청이 조기 마감될 만큼 높은 관심을 끈 이번 특강은 헌법적 관점에서 교육의 의미를 되짚는 자리로 마련됐다.
문 전 재판관은 25일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지역 유치원, 초·중등학교 교직원 등 400여명을 대상으로 ‘헌법의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다’를 주제로 헌법 특강을 열었다.
이번 특강은 교직원들이 헌법적 시각에서 교육을 성찰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공공성과 기본권적 가치를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역량을 기르고자 마련됐다.
사전 신청 접수 10분 만에 조기 마감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문 전 재판관은 1부 강연에서 헌법 제31조를 중심으로 교육의 권리와 의무, 학교 자율성과 교사의 책무, 학생의 학습권 등을 다양한 판례와 사례를 바탕으로 풀어냈다.
그는 “교육은 인간을 시민으로 만들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하는 과정으로서 민주주의의 지속을 보장한다”며 “헌법이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한 이유는 다른 모든 기본권 실현의 기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교육의 역할과 함께 헌법재판으로 본 교육 관련 판례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의무교육의 범위와 입법 형성권을 다룬 1991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교육감 선거에서의 정당 관여 금지를 둘러싼 2011년 판례, 자사고 전기모집 폐지를 다룬 2019년 사건 등을 다뤘다.
문 전 재판관은 이들 사례를 교육정책이 헌법적 가치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로 소개했다.
그는 ‘나는 왜 법률가가 됐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인권변호사에서 지역법관으로 방향을 튼 이유, 창의성과 소통의 중요성 등을 에머슨, 신영복, 김춘수 시인의 문장을 인용하며 풀어냈다.
‘법은 삶과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도구’라는 메시지는 교직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이어진 2부 ‘소통과 참여 마당’에서는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현장의 고민과 헌법적 해석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교육권, 학습권, 표현의 자유, 교육 자율성 등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헌법적 쟁점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문 전 재판관은 법적 근거와 가치 중심의 해석으로 답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력과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교육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교직원들이 헌법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연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강 전부터 자유민주주의 수호단 및 울산시민단체연합 등 보수단체는 시교육청 앞에서 문 전 재판관을 비판하고, 특강 철회 촉구 집회를 열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