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GRDP ‘선방’ 뒤의 구조적 경고에 귀 기울여야

2025-06-27     경상일보

올해 1분기 울산의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전국 평균(0.1%)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겉보기에는 ‘선방’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외형적 평가일 뿐, 내용적으로는 울산 산업의 내구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의 실질 지역내총생산(잠정)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성장률은 2024년 2분기 6.0%에서 3분기 3.6%, 4분기 2.5%, 2025년 1분기 1.4%로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최근 8분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울산 경제가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울산의 광업·제조업 GRDP(지역내총생산)는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 8.0%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울산 주력 산업인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비철금속 등 제조업 부문이 부진한 성장을 보이며,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역 내 총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설업 성장률은 -7.7%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공공과 민간부문 모두 투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공종별로는 건축과 토목부문 모두 위축돼 울산의 건설업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서비스산업의 성장 부진도 심각하다. 올해 1분기 울산 서비스업 성장률은 1.6%로, 전월에 이어 또다시 1%대 성장에 머물렀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5.7%)과 비교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내수 불황이 깊어지면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부동산업, 문화기타 등의 업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울산의 성장률 둔화가 단기적인 흐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산업구조 다변화 지체, 서비스업 경쟁력 부족, 고부가가치 전환 실패 등 복합적 병목이 장기 저성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 수출 기상도도 ‘흐림’으로 예보되고 있다. 단순히 지역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보다는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울산 산업은 AI(인공지능) 주도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 대전환의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수출 산업 리스크 분산과 서비스, 물류, 디지털 산업으로의 다변화가 급선무다. 또한,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한 공공·민간 협력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단기 호재가 아니라, 장기적 대응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