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0)]문화도시 반성
문화도시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을 발견하여 이를 지역에 가두지 말고 세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하는 비판적 지역주의를 지향한다. LOCAL TO LOCAL, GLOCAL은 이를 상징하는 말이다. 이러한 문화도시는 중앙에 비해서 열세에 있던 지역이 문화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를 위한 문화도시조성사업은 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지역 본연의 특색을 지닌 문화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고유한 문화 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문화 자산을 활용해 지역 스스로 지역의 문화 환경을 기획·실현하고, 지역의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도시조성사업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보였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분명한 한계를 노출한 것도 사실이다. 문화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에 의한 주도이다. 시민은 모든 영역의 시민을 포함한다. 모든 영역의 시민 주체들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문화도시이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 아니 지역 대다수에서 학연·지연·기득권 카르텔 등의 이유로 시민 영역의 제한이 있다.
특히 지방 권력의 교체에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이 하루아침에 훼손되고, 인적 수난을 겪으면서 사업의 방향성과 성과 목표가 바뀌고, 공정성을 상실한 심의 방식, 유명무실한 심의 과정, 엉망인 성과관리가 반복된다. 게다가 마치 모범답안지를 공유하는 듯한 유사성으로 인해 도시마다의 차별성은 사라지고, 이벤트성 행사 위주, 그것도 대체로 변함없는 그 사람 그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이해와 깊이는 없는 게 현실이다.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 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 문화의 기능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사회의 재생산이다. 문화가 변화하면 그만큼 사회도 변화한다. 문화도시조성사업, 곧 법정문화도시는 변방에 머물러 있던 지역 문화가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지역 사회의 변화를 불러와 지역 사람들의 물질적·정신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식상(食傷)하다’라는 말은 ‘어떤 음식을 자꾸 먹어서 물리다’ 또는 ‘일이나 사물이 되풀이되어 질리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문화가 식상하다면, 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이 시민에게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