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제언

2025-06-27     경상일보

새 정부 출범으로 지역 상공계는 기대와 함께 변화의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국내 소비 위축 등으로 지역 경제의 활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떨어져 있다. 더 이상 일시적 경기부양책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하며, 중앙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하는 성장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적 정책 전환이다. 오랜 기간 수도권 중심의 산업·인재·자본 집중이 누적된 결과, 지역은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 청년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제 균형 발전은 단순한 구호나 지원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전략이다. 새 정부는 각 지역의 산업 여건과 특성, 인프라 수준에 맞춘 맞춤형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울산의 경우, 친환경 자동차, 미래형 조선 산업, 에너지 산업(부유식해상풍력·수소·이차전지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연속성 부족, 제도적 제약 등으로 인해 지역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자율성과 예산권이 확보된 권역별 전략사업이 필요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 분권과 인센티브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활력 회복 없이는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고금리 상황 속에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용 유지와 기술 투자에도 부담을 안고 있다. 새 정부는 정책금융을 통해 실수요 기업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 지방세 감면, 투자세액공제 확대, 규제 특례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해 기업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수도권 기업보다 더 열악한 여건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지역 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지원책이 요구된다.

지역 인재의 육성과 정착을 위한 종합 전략도 빠질 수 없다. 최근 수년간 지역 청년의 수도권 유출은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인구 구조와 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지역 내 고등교육기관, 특성화 고교 등과 기업 간의 산학 연계 강화, 청년 대상 지역 정착 유도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단기 일자리 정책을 넘어,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과의 실질적 연계 강화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경제 성장축이 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혁신도시의 본래 취지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역기업 공동 R&D 참여 유도, 지역인재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앞으로도 지역과 공공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정책 집행 과정에서도 지역 경제계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절실하다. 중앙에서 설계된 정책이 현장과 괴리를 보이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지역 경제 대표 기관과의 정례적인 정책 협의 채널, 산업별 협의체 의견 수렴 체계, 시범사업의 지역 우선 시행 권한 부여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 5월2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 입법과 정책 현안에 대한 국회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전국 74개 지역상의 회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대외협력위원회를 출범했다. 경제계와 국회 간 실질적 협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새 정부는 지역 경제가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키워내고, 자율성과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국가 경제 전체가 살아난다. 더 이상 지역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지역 상공계는 기업 활동과 일자리 창출의 최일선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새 정부가 활짝 열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정욱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