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학성새벽시장 ‘상인-노점상’ 갈등 고조, “시장 손님 다뺏어” “되레 활성화 기여”
2025-06-27 주하연 기자
26일 찾은 학성새벽시장. 이른 아침부터 시장 입구부터 공영주차장 맞은편 인도까지 천막과 접이식 테이블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좌판 위에는 갓 수확한 채소와 과일 등이 진열돼 있고, 한편엔 손수레 위에 생선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좁은 인도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노인과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한데 엉켰다. 좌판이 양옆으로 점령한 길목은 사실상 ‘노점 골목’이 돼 정작 시장 입구는 무심히 지나치기 쉬워보였다.
이에 최근 학성새벽시장 일부 상인은 중구에 시장 인근 노점상을 단속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도심 활성화의 기본 요소인 전통시장이 점점 죽고 있다”며 “시장 내 빈 점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이대로라면 학성새벽시장은 더 이상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귀한 손님이 인도 위 노상에서 물건을 사고 시장 안에는 들어오지 않아 시장 안 점포는 점점 비어가고 상인들 간 갈등만 늘고 있다”며 “비어가는 점포는 손님들의 발길을 끊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학성새벽시장의 존속과 상인들의 공생을 위해 인도 위 노상판매를 근절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학성새벽시장 상인회도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규제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원처럼 시장 내 고객 유입을 막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시장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인도와 같은 공공공간을 무단 점유하는 현재의 방식은 결국 갈등을 초래하고 있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영한 학성새벽시장 상인회장은 “대부분 노점상인들은 상인회의 준회원으로, 오랜 시간 시장과 함께한 분들이라 강력하게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이분들이 고객 유입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규제나 단속보다는 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등의 해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해당 시장뿐만 아니라 지난 해에만 3000여건의 노점상 및 노상적치물 단속을 실시했다. 노점상은 개인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보니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계도 중심의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며 “시민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