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 대내외 악재속 굳건함 과시
글로벌 경기불황에다 대외 무역환경 악화, 정치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짙게 깔린 가운데 올 1분기 울산은 전국 시·도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 산업 기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수출과 소비, 건설이 동반 둔화된 전국적 흐름 속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있는 회복이 뒷받침되며 울산 경제는 위기 상황에서 17개 시·도 중 최상위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통계청은 26일 ‘2025년 1분기 실질 GRDP(잠정치)’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울산의 실질 GRDP는 전년 동기 대비 1.4%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는 전국 평균 성장률(0.1%)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17개 시·도 중 경북(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국적으로는 울산, 서울(1.0%)을 포함한 7개 시·도만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0.2%에 그쳤다. 대구(-3.9%)·세종(-1.5%)·인천(-1.4%) 등 주요 지역은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마이너스 생산에 직면했다.
울산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광업·제조업(1.7%)과 서비스업(1.6%)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모두 성장세를 그리며 산업 전반의 균형을 유지했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업종 등이 회복 흐름을 이끌었고, 서비스업에서는 운수·창고(8.6%)와 보건·복지(6.2%)가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국과 마찬가지로 울산도 건설업은 -7.7%로 부진했다.
이는 전국 평균(-12.4%)보다는 감소폭이 작지만, 2024년 4분기(-3.2%)보다 하락 폭이 커지며 구조적 침체 신호가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2024년도 1~3분기에는 민간·공공 등 대형 건설 수주 성공으로 크게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동남권 내 다른 지역과의 격차도 두드러졌다. 부산은 0.7% 성장에 그쳤으며, 제조업(-1.2%)과 건설업(-6.9%) 부진을 서비스업(1.9%)이 가까스로 상쇄했다.
경남은 -0.3%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동남권에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보였다. 특히 건설업은 -17.8%로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통상 압력, 고금리 지속 등으로 전국적으로 소비·투자·수출 전반이 둔화되는 국면 속에서 울산은 전통 산업과 서비스업이 나란히 성장하는 드문 지역 중 하나로 기록된 게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특정 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복수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는 점은 향후 지역경제의 복원 탄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시그널로 인식된다.
하지만 건설 부문 침체에 따른 후방 산업 타격이 본격화되기 전에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할 시점이다.
한편, 국내 2025년 1분기 건설업 GRDP는 지난해 동기보다 12.4% 감소했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1분기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건설업 부진은 전체 지역경제 성장세도 끌어내렸다. 2025년 1분기 전국 GRDP 증가율은 0.1%로, 전분기(1.1%)보다 크게 둔화했다.
권역별로는 동남권(0.5%), 호남권(0.3%), 수도권(0.2%)이 소폭 증가했고, 대경권(-0.4%)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충청권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도 둔화하면서 전체적인 GRDP 수치가 낮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