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

2025-06-30     경상일보

기후 변화가 먼 나라 이야기이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뜨거워진 바다는 태풍을 더 강하게 키우고, 한때 시원한 바람이 불던 가을은 아예 사라질 기세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미 지구 전체의 생태계와 경제, 인류의 건강과 안녕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10년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시기였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식량 생산이 줄고, 수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해한다. “내가 아무리 전기를 아껴 쓴들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 큰 기업이나 국가가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허무감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맞다. 거대 산업의 구조 전환, 국가 간 협약, 국제 규제 같은 ‘큰 변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개인의 선택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커피 원두는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재배 가능 지역이 줄고, 품질이 떨어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그 모든 것들이 기후와 연결되어 있다. 옷, 식탁 위의 음식, 자동차, 스마트폰. 기후 위기는 곧 소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비를 멈추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좀 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선택할 수는 있다.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품을 쓰고, 육류 섭취를 조금 줄이며,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고, 중고 물품을 나누어 쓰는 일. 너무 자잘해 보이지만, 이런 행동이 쌓여 변화의 물결을 만든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기후 위기 해결에 새로운 희망을 준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이제 더 이상 ‘비싼 전기’가 아니다.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기차는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직접 포집하는 기술, 친환경 수소 에너지 등도 빠르게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이 자리 잡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농작물 피해로 물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긴 장마,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 대형 산불. 기후 변화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한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기후 문제는 복잡하고 버겁다. 하지만 해결책은 단순하다. ‘더 늦기 전에 행동하라’ 그것뿐이다. 더 늦기 전에 에너지를 전환하고, 더 늦기 전에 기업과 정치에 변화를 요구하며,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이 결국 우리의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을 지킨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내일을 위해. 기후 위기 시대, 우리 모두는 책임이자 희망이다. 우리의 선택이 결국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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