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울산문화예술인]춤꾼·예총 살림꾼·연출가…열정의 N잡러
울산의 예술인들은 한 가지 직업이 아닌 2~3개 이상의 ‘N잡’을 가진 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김진완 (사)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사무처장도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예총 사무처장 이전에 무용인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진완 무용단’의 대표로 무용단을 이끌며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서울 출신의 무용인인 그는 울산에서 자리를 잡고, 척박한 현실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한걸음씩 걷고 있다.
◇올해 예루하 주제공연 직접 연출
지난 20일 개막해 22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둔치에서 열린 ‘제7회 태화강 예술제’(이하 예루하)는 행사 둘째날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사흘간 1만5000여명이 찾으며 성황리에 끝이 났다. 올해 예루하의 주제공연인 ‘그땐 그랬지’의 연출은 연극인이 아닌 무용인 출신의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연극무대 세트를 한 켠에 만들어 놓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중간 중간 추억의 팝송, 대중가요 등을 춤과 함께 들려주는 연극·무용·국악·연예·음악 등 5개 협회 예술인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다.
김진완 처장은 “더 좋은 연출자, 기획자도 있었지만 울산예총의 현실과 요소의 구성 등 가장 잘 알고 있고, 현재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까’에서 시작했고, 우리의 사는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다. 그중에서 울고 웃고 행복했던 옛 시절의 낭만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2일차 마지막 공연이 폭우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 예방 차 30분가량 일찍 끝내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그래도 태화강의 멋진 배경과 넉넉한 주차공간 등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사고 없이 잘 치러진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2월초 예루하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예총 및 단위협회 관계자들과 3개월가량 예루하 준비해 매진했다. 중간 중간 예총 정기총회와 베트남 나뜨랑 바다축제 초청 공연 준비 등도 병행해야 해 주말·휴일도 반납하기 일쑤였다. 예루하를 마치자 마자 또 오는 7월4일 태화루에서 개최되는 전통예술콘서트 ‘풍류’와 하반기 첫 시도 되는 제1회 해오름동맹의 공연 준비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울산의 명무(名舞) 꿈
김진완 처장은 울산예총 사무처장 이전에 무용인이다. 김 처장은 “중학교 1학년 때 운동장을 앞에 두고 (서울)덕원예술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성가대를 했던 기억에 음악 쪽에 관심이 있었으나, 무용 지도 선생님의 제안과 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 무용가를 진로로 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예고 진학 후 본격적인 무용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밤낮 없이 연습에 매진했고, 이 결과 세종대 무용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각종 대회에도 많이 참가했는데, 4학년 때는 동아무용콩쿠르 한국창작남자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개관한 상명아트센터에 공연장 담당 팀장으로 근무한 뒤, 2011년에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경주의 무용단 예술감독을 맡아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오게 되었다.
김 처장은 “경주에서 예술감독으로 재직할 때 고교 은사님이셨던 김상덕 당시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님을 뵙고 울산의 ‘전화앵’이란 안무를 맡아 울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이후 김외섭 당시 울산무용협회장님의 제안으로 울산에 오게 됐고, 가정도 꾸리면서 지금은 울산이 제 2의 고향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무용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힘들고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안주하고 쉬면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 우리 예술인의 숙명”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로 누군가가 즐겁고 행복하고 감동을 받는다면 아픔과 힘듦은 치유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무용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울산을 가니 이 사람 춤을 보는구나!’하는 명무(名舞)로서의 꿈이 있다”고 한 뒤, 지역의 지자체와 기관, 기업 등에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 등을 당부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