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선입견과 편견
초등학생 구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은 치과 진료실 의자에 앉으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 번째는 아주 즐겁게 대수롭지 않은 듯, 호기심에 가득 찬 채로 진료실 의자에 앉아서 치과의사의 검진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입도 크게 벌리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대하며 때로는 치과 장비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도 하고, 마치고 나면 부모, 혹은 같이 온 친구들과 재밌게 대화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주눅 들어있고, 진료의자에 앉아서도 잔뜩 긴장하며 불안에 떨기도 하고, 검진에 소극적이며 심한 경우는 울며 검진을 거부하기도 한다. 단지 검진만 하고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켜도 완강히 거부하여 같이 온 부모를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을 겪으며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다 아이의 부모를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알게 됐다. 즐거운 마음으로 검진을 받는 아이의 경우, 그 부모도 느긋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아이를 대하며 함께 검진에 참여하고 검사 결과를 공유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소극적이며 검진에 불응하다 마지못해 어렵사리 검진을 마친 아이의 경우, 부모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자신들이 먼저 불안감을 나타내고 아이를 다그치며 검진 결과와 관련해서 아이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부모들의 반응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선입견과 그에 따른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
선입견은 어떤 대상을 충분히 알기 전에 미리 마음속에 갖게 된 생각이나 감정을 뜻하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일 수 있고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형성되며 첫인상이나 소문, 주변 의견 등에 의해 생긴다. 선입견은 오해를 낳을 수 있지만 선입견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유연하여 경험을 통해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심화되어 편견에 빠지게 되면 더 문제가 된다.
편견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고정된 부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주로 부정적이며 차별적이고 감정적으로도 고착되어 수정이 어렵다. 편견은 개인의 경험이나 특정 사건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종종 차별이나 혐오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치과진료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견은 “치과는 무조건 아프다” “치과는 가기만 해도 돈이 많이 든다” “치아가 아프지 않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등이다. 이러한 선입견의 부작용으로 조기에 치료하면 간단히 끝날 문제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으로 악화시키게 된다. 한 번의 부정적 경험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치과 공포증으로 이어 질 수 있다.
필자도 이러한 선입견과 그에 따른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얼마전 중국의 서북쪽에 위치한 중국의 하서주랑에 연한 난주, 장액, 주천과 실크로드의 관문인 돈황 등을 방문해 중국의 여러 역사적 유적과 석굴사원의 불교미술을 둘러 보았다. 첫 중국 여행인 만큼 기대도 컸지만 우려도 있었다. “중국은 지저분하고 위생이 나쁘다” “중국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무례하다” “인터넷이 막혀서 불편하다” “치안이 불안하고 위험하다” 등 편향된 미디어나 정치적 갈등, 과거의 타인들의 여행 경험 등에 익숙해져 막연히 불안해하고 걱정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중국의 현실은 그러한 선입견과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깨끗한 관광지와 부대시설,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 공공시설의 위생 상태, 자국의 문화재를 보호하고 아끼면서도 관람온 외국 여행객에 대한 친절한 안내에 진심을 보이는 등, 그간 품었던 오해를 말끔히 씻고 새롭게 중국을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선입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편견으로 굳어지는 순간 타인을 해치고 자신도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다. 내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자각하고, 다양한 미디어나 사람, 문화와 접촉하며, 직접 경험함으로써 선입견과 편견을 슬기롭게 극복하자.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