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7)]세상의 밝음과 어둠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본 협회 산하에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하는 보호작업장이 있다. 중증장애인들의 자립 기반과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둔 삶터로 직업재활을 전공한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대부분은 자동차 부품 단순조립 작업 등을 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작업을 하더라도 이분들 자체적으로 하게 되면 십만원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지원인을, 병무청에서 사회복무요원을 몇 명씩 지원 받아 이분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한 달에 몇 십만원을 가져가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부터는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도서관, 학교, 경찰서 등의 관공서 방역 소독으로 사업영역 확대 및 소득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 초에는 공익근무를 마치는 두명의 사회복무요원을 위해 MZ세대가 좋아할만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송별 회식도 마련해 주고, 사비로 송별금도 별도로 전달해 축하를 해 준 바 있다. 또래의 장애인들에게는 친구 같은 청년으로 서슴없이 다가가 잘 어울리고, 나이 많은 분들에게는 삼촌, 이모라 부르며 분위기에 잘 녹아 들면서 매사 솔선수범하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온 이들이었다. 두 청년의 아름다운 동행은 우리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반면에 최근 일어난 실망스런 일은 너무 충격이어서 분노와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다. 평소 품행이 단정치 못한 사회복무요원이 주동이 되어 해당 기관에 민원을 넣은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사회복무요원들 대부분 아들뻘이라 평소 엄마와 큰 누나 같은 마음으로 알뜰살뜰 챙겨왔는데,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물량이 많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일이 없어 인근 나들이를 가거나 힐링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문제의 본질은 자신의 본분과 상황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장애인이 쓰는 화장실은 기분이 나빠 사용 못하겠다고 하고 인근 병원 화장실을 사용하는 행위며 이를 빙자해 한 두시간 얼렁뚱땅 넘어가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 그런데도 민원 담당자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임무와 작업장의 제반 상황이나 환경을 고려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해석을 해 결과적으로 본 작업장의 인력 손실을 가져왔다.
왜 노역을 시켰느냐 따지고 당사자 앞에서 사과를 종용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행태를 보인 바 있다. 관련 단체장과는 평소 막연한 관계이기도 하고 본 협회에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해주는 터라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지 않지만 해당 일을 당한 사회복지사들의 자괴감과 수치심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이처럼 이기적이고 본분과 직분을 벗어난 인간들이 있는 반면에 우리 주변에는 수 많은 젊은이와 공직자들이 자신의 직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보다 더 따듯한 시선과 격려는 물론이거니와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엄정한 사전 제반 인성교육이 더 더욱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되는 오늘이다.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