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7월, 포도와 관련한 알쓸신잡

2025-07-02     경상일보

7월이다.

바야흐로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청포도’의 계절이 왔다.

여기 등장하는 청포도는 흑포도, 적포도와 함께 색깔에 따라 나눌 때의 한 종류이다. 요즘에 인기 있는 샤인머스캣이나 건포도를 만드는 톰슨시들리스 등이 대표적인 청포도의 일종이다. 기존에 가장 대중적인 품종이었던 캠벨얼리(Campbell Early)와 거봉은 머루포도처럼 흑포도이고, 알이 크고 가격도 만만찮은 루비로망과 바이올렛킹은 적포도에 속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발한 블랙 사파이어는 씨 없는 흑포도로 ‘가지포도’라고도 하는데 달콤한 맛과 독특한 외형 덕분에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BK 시들리스(Seedless)는 현존하는 흑포도 중 당도가 아주 높고 맛이 좋아 앞으로 거봉을 대체할 품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옛 그림 속의 포도는 석류와 함께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탐스러운 포도송이는 번성을 나타내며, 뻗어나는 덩굴은 생명력과 번영을 의미하기 때문에 화가나 선비들이 선호하는 병풍 그림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었다. 특히 신사임당이 그린 포도는 5만원권에 사용되고 있는데, 치마에 얼룩이 묻어 난처해하는 사람을 위해 치마폭에 포도를 그려 넣은 일화로 유명하다.

포도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로회복과 암세포 억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시력보호, 노화 방지 등에 효능이 있으며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 강화, 피부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포도당은 생명체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금식 중이거나 기력이 부족한 상태에도 직접 주사를 통해 조직 재생을 촉진하고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어 의약적 효능을 발휘하게 된다.

유채 종자로부터 짜낸 카놀라유가 값이 무난하고 향이 적어 튀김이나 볶음에 사용하는 반면, 와인을 만들고 남은 씨에서 추출한 포도씨유는 특유의 깔끔한 맛과 영양이 풍부한 고급 식용유로 샐러드나 구이에 사용한다.

또 포도는 양조용 포도와 생식용 포도가 있는데 포도주를 만드는 품종은 대부분 유럽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1만여종 이상 되는 포도 중에서 양조용은 1300~15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는 접목(接木)과 삽목(揷木)으로 다 번식이 다 가능하다. 접목은, 유전적으로 유사하지만 다른 종인 두 식물의 조직을 잘라 붙여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방법으로 ‘접붙이기’라고도 한다. 삽목은 ‘꺾꽂이’라고 하는데 부모 식물의 잎 부분이나 가지를 잘라 땅에 묻어 뿌리를 내리는 방법이다.

포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맛이 날로 변하고 있어 관계 당국이나 포도 농가에서는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근래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사탕 같은 맛을 내는 ‘슈팅스타’라는 품종을 개발하였고, 경북 농업기술원에서는 고당도의 노란 포도 ‘골든스위트’ 를 선보이는 등 실로 포도의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포도 재배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샤인머스캣은 맛도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수요보다 급격히 초과함으로써 들어간 품에 비해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다. 이에 과수농가에서는 애써 키운 나무를 캐내고 다시 캠벨얼리로 갈아타는 등 품종 갱신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마트나 시장에서 포도를 사 먹으며 그저 맛이 어떠니, 크기가 작으니 불평하지만, 포도 한송이마다 알알이 들어와 박힌 농부들의 땀과 손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권영해 시인·전 울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