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안전하게’ 개방된 학교

2025-07-02     경상일보

필자가 대학에 재학하고 있을 15년 전 즈음, 모교인 대학에서는 담장을 허물며 ‘담장 없는 학교’를 표방하며 학교 공간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고 했다. 대학뿐 아니라 많은 초·중·고 교육기관들이 물리적·심리적 담장을 허물며, 학교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했다. ‘학교는 학생, 교직원들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세금을 내는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어야 한다’라는 명분 아래 일어난 변화였다.

그러나, 이런 개방 정책으로 인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받고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2021년 인천에서는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폭행하고 욕설한 사건이 있었고, 2023년 시흥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학부모가 난입해 남학생과 교사를 위협하는 일이 있었다. 2023년 경기도 소재의 중학교에서는, 중학교 졸업생을 포함한 청년들이 여러 차례 중학교에 무단 침입한 뒤 급식을 몰래 먹는 일이 발각됐다. 그뿐만 아니라 주말 동안 운동장을 개방해 두는 학교에서는 운동장에 담배꽁초나 술병, 음식물 쓰레기들이 넘쳐나며 교실 물품 도난 사례도 발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본인 자녀의 편한 등교를 위해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기적 행태가 쉽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를 교실 건물 앞까지 차량으로 데려다주는 일부 학부모들은 다른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을 방해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여긴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이런 사태를 키운다.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면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반응이 있다. ‘학부모도 학교의 구성원인데 왜 외부인 취급하느냐?’는 반발이다. 물론,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절차나 약속 없이 누구나 언제든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학부모를 포함해 학교에 방문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 아니다. 신원이 확실하고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학교 지킴이실과 행정실을 통해 출입을 허가받으면 될 일이다. 교사와 상담을 하고자 할 때 역시, 미리 약속을 잡고 방문하는 것이 맞다. 예고 없이 교사를 찾아와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건,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규칙 이전에 사람 간의 기본 예의 문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오는 외부인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며, 학부모라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학교에 자유롭게 들어올 수 없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목적이 정당하지 않거나 사전에 협의되지 않는 방문일 시, 엄격하게 통제한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학생의 안전과 교육권이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롭게 개방된 학교’가 아니라, ‘안전하게 개방된 학교’다. 출입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학생들의 교육권과 교사의 교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진정한 학교 공동체를 위한 길이다.

김보아 화진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