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주택 공동현관 도어락 ‘유명무실’
2025-07-02 김은정 기자
공동 현관 비밀번호가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례가 울산 곳곳에서 쉽게 목격된다.
본보 취재진이 1일 울산의 빌라·연립주택 등 소규모 공동주택 15곳을 확인한 결과, 10곳은 비밀번호가 외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드러나 있었다.
현관문 옆 벽면이나 번호판 상단 등 건물마다 형태는 달랐지만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노출된 상태였다.
공동 현관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지만, 무분별한 비밀번호 노출로 인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택배 기사나 배달원이 일일이 주민에게 전화를 걸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공공정보’처럼 외부에 적어두는 관행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역시 이 점을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불편을 이유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관리 주체가 없는 다가구주택이나 빌라의 경우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거나 노출을 방지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주민은 “요즘은 택배나 음식 배달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문 열어주는 게 번거롭다”며 “처음엔 조심스러웠는데 경비실도 없고 주변에서 다 그렇게 해 그냥 적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허술한 출입 보안이 단순한 생활 편의를 넘어서 범죄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 1인 가구나 노약자 거주 비율이 높은 건물일수록 침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5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은 관리 주체를 두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아파트 단지와 달리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 다른 주민은 “비밀번호를 바꾸자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도, 누가 관리 책임을 질지 모르고 괜히 갈등만 생겨 결국 그냥 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편의를 위해 출입문을 개방하는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소규모 주택일수록 외부 침입에 더 취약한 구조인데 공동 현관이 사실상 개방된 상태로 방치되면 각 가구 문 앞까지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주거침입 등 생활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며 “출입구 비밀번호는 입주민 사이에서만 공유하고, 일정 주기로 변경하는 등의 자율적인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