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짜 대한민국’은 국민 안전에서 시작된다
흔히 우리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른다. 지팡이는 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이처럼 경찰은 범죄 예방, 수사, 교통 단속,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치안 체계는 높은 신뢰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과 현장 대응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경찰 인력은 약 13만명으로, 1인당 약 400명의 국민을 담당한다. 이는 2014년 469명에서 2024년 391명으로 다소 나아진 편이지만, OECD 평균인 350명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이런 부족한 인력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놀랍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일선 경찰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밀착형 치안을 실현해야하며 이를 위해선 실질적인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특히 의경과 전경 제도가 폐지된 이후, 도로 위 경찰 인력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과거에는 파출소마다 일정 수의 의경이 배치되어 있었고, 혼잡 시간이나 재난 상황에는 빠른 지원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고정식 단속 카메라나 이동식 박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도로에서 경찰을 직접 보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로 인해 단속 지점을 아는 운전자들이나 네비게이션을 보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운전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단속보다 예방 중심의 교통 질서 유지라는 경찰의 본래 역할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교통경찰의 현장 배치를 점진적으로 복원하고, 학교 주변, 음주 단속 구간, 사고 다발 지역 등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순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갈수록 시민의식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물리적 통제력까지 생략할 만큼 성숙한 단계는 아니다. 이는 단지 법 집행 차원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다.
치안 강화를 위해 경찰 인력 충원도 필수이지만, 공공안전은 경찰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일상 속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으려면, 지자체와 정부의 협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식당, 찜질방, 사우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위생 문제, 냉·난방 부족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음식물 재사용이나 불결한 조리환경, 유통기한 위반 등은 단순 불편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최근 정부가 결혼 준비 과정의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탈세 관행에 대해 국세청과 합동 단속에 나선 것은 일상 속 공정성 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이 골프장의 위생 상태와 과도한 요금 구조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되었으면 한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불투명한 요금, 명확하지 않은 안내, 불량한 식음료 제공 등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레저 시설일수록 감시와 관리가 더 정교해야 한다. 현재처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한 건설 경기 회복과 공공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일과 생계를 제공하는 ‘경제적 치안’ 기능을 한다. 생계 기반이 무너지면 사회 불안은 커지고, 이는 다시 경찰과 공공안전망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의 독과점을 완화해 소비자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차량, 휴대전화, 전자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소비 만족도는 물론, 불필요한 계층 간 위화감도 줄여 사회의 심리적 안정에 기여한다.
또한 경찰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재난, 복지, 구호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가 이들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장려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함께 돌볼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능할 수 있을 때, 사회는 더 따뜻하고 튼튼해질 것이다. 이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경찰이 있다. 경찰은 단순한 단속 기관이 아닌,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위험을 막아내는 동반자다.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국민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책임과 역할을 나눌 때 진짜 대한민국이 완성된다.
진짜 대한민국은 안전에서 시작된다. 치안과 생활, 경제와 복지의 균형 속에서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다.
김형석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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