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업 미래 위해 노사 모두 한 배를 타야 할 때
‘K-조선’의 국가대표 격인 HD현대중공업에서는 지금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준비가 한창이다.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상견례 이후 10여 차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데 이어, 2일부터 5일까지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근속수당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노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측과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경영 여건과 미래 산업 구조를 고려한 사측의 신중한 태도와 노조의 요구 사이에 ‘공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 산업은 겉으로는 수주 실적이 증가한 듯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는 전년 대비 88%나 줄었다. 확보된 일감을 기반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2028년 이후의 불확실성이 크다.
조선업의 가장 큰 위협은 단연 중국의 공세다. 중국은 대형 조선소와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저가 수주 전략까지 더해 K-조선의 생존 기반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생산성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다. 기술력, 친환경성, 고도화된 설계·운항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 전반의 안정성’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노동조합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권리와 보상만을 요구하기보다는, 산업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파업으로 조선업이 흔들린다면 여파는 고스란히 직원들과 지역사회, 국민에게 되돌아온다.
노사 모두가 한배를 탔다는 인식 아래, 대화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HD현대중공업이 2일 소식지를 통해 “보상과 지속 성장 두 과제를 균형있게 추구하기 위해 노조 요구안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모으자”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조선업에 필요한 것은 바로 ‘신뢰’와 ‘협력’이다. 이는 노사 양측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위기와 변화의 시기인 지금, 노사가 함께 만들어내는 합의는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