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하나의 마음으로 100장의 사진 읽기
‘울주의 100인, 100개의 이야기’ 전시회가 7월1일부터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시작됐다. 이 전시는 작가 10명이 울주에 사는 100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들의 육성을 인터뷰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상은 32개월 어린이부터 97세의 6·25 참전용사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아우르고자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예술 아카이빙 프로젝트이다.
다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단체전은 보통 포괄적인 제목 아래 개인의 주제를 다루는 포트폴리오 전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10명의 작가가 모두 하나의 주제를 같은 방식으로 풀어낸 드문 사례이다. 이러한 방식은 참여 작가 모두가 기획의도에 공감하고, 실천적으로 함께할 때 가능하다.
작가 개인의 서사와 예술적 깊이도 예술의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기획전’이 갖는 의미 또한 남다르다. 여러 작가의 작업을 병렬적으로 나열해 각각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거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지향점을 향해 공동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 그 자체가 예술 연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하나의 흐름으로 반복되는 이미지 구조는 관람자로 해금 주제에 대한 강한 몰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지난 1일 저녁, 작가들과 모델 40여명이 참석한 오프닝 겸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모델이자 관람자인 그들은 작품 사진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관람자들은 사진에 첨부된 간단한 설명문을 참조해 객관적인 형태로 이미지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 안에서 개인적인 부분의 공감 지점을 찾고 있었다. 이러한 감상 방식을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보통 스투디움은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회적 이해로부터 오는 감정을 말한다. 푼크툼은 의도되지 않은 우연적 요소에 의해, 무언가 찌르듯 느껴지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반응을 뜻한다. 이번 작품의 감상평들도 푼크툼 적인 요소가 많아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들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디테일에 공감하고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울주의 소나무를 그리는 화가를 보여줬는데 오랜 친구라며 반가워하기도 하고, 자영업자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단골 식당이라며 음식 메뉴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역사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스투디움과 푼크툼이 공존하는 사진 예술의 주체적인 감상 방법이다.
울주문화재단의 좋은 지원 아래 좋은 기획이 도출됐고, 많은 이들이 마음을 내어 함께한 전시가 12일까지 진행된다. 이 시대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울주문화예술회관으로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사람의 마음과 삶이 공유되는 것은 창작자와 관람자 모두에게 생각보다 더 큰 울림으로 남는다.
김지영 울산젊은사진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