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보양식·냉감조끼…산업계 폭염과의 전쟁

2025-07-03     전상헌 기자
울산 지역 산업계가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 보호와 사고 방지를 위한 폭염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30℃를 훌쩍 뛰어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조선·정유·자동차·화학·제련업 등 대기업 울산 지역 주요 공장들이 이른 폭염에 맞서 여름 전방위 대응에 나선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는 9월12일까지 출근 때 반바지와 샌들 착용까지 허용하는 ‘쿨비즈(Cool-Biz)’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출근 복장 완화는 물론 빙수 제공, 냉방 장비, 보양식, 냉감복까지 총력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조선소 특성상 고온에서의 중장비 작업이 많은 HD현대중공업은 체감 온도가 33℃ 이상인 폭염 일엔 오전 10시, 오후 3시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냉방이 가능한 이동식 버스형 휴게소 4대가 작업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선박 위에는 아예 ‘선상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달부터 직원들에게 빙수 4만4000인분을 제공하는 ‘빙수 드쎄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얼린 생수, 이온음료, 아이스크림은 물론 이동식 에어컨 1000대, 제빙기, 에어재킷, 땀수건 등 폭염 대응 장비도 총출동했다. 점심시간은 30분 연장해 더위에 지친 몸을 더 식히도록 조치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공장 내 전체에 쿨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곳도 모자라 보양식에 다음 달 말까지 매일 빙과류 3만5000개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제빙기와 얼음통도 공장 전 식당에 마련해 더위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SK에너지는 음수대와 식염정을 작업장에 상시 배치하고, 혹서기인 내달 8월15일까지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한다.

폭염특보 발령 상황에 따라 매시간 정기 휴식을 갖도록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밀폐공간 작업 시 시간당 30분씩 휴식하도록 한다.

S-OIL은 올해 처음으로 카페형 쉼터 8곳을 사업장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작업자들에게는 아이스 조끼와 냉찜질 팩, 이온 음료, 포도당 등 냉방 용품을 제공한다.

구리 등 비철금속 제련 전문업체 LS MnM 울산 온산공장은 1200℃가 넘는 용광로 앞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장어탕·갈비찜·한방수육 등 보양식을 주 2회 제공 중이다. 또 일정 기온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 직원 대상 알림톡을 통해 옥외작업 중지와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전파한다. 아연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도 지난달부터 아이스크림과 냉감조끼를 지급한 것은 물론 7월부터는 9차례 보양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울산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폭염 속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기업의 책무이자 지속가능경영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산업안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안전한 기업 문화 조성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