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엿새째 폭염특보 / ‘찌는’ 축사
2025-07-03 김은정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지역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냄새와의 전쟁은 물론, 분뇨 처리까지 겹치면서 여름은 축산농가에 가장 힘든 계절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일, 20년째 울산 울주군에서 한우를 사육 중인 황재호씨는 축사 안을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축사 안에는 대형 선풍기와 안개 분무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후텁지근한 열기와 냄새는 쉽게 빠져 나가지 않았다.
축사는 평균적으로 외부 기온보다 2~3℃가량 높다. 울산의 낮 기온이 33℃를 웃돌았던 이날, 축사 내부 온도계는 38℃를 가리키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축사 환경 유지를 위한 전기료 부담도 커진다. 소들의 더위를 식힐 쿨링 포그와 선풍기를 여름철 1~2달간 잠깐 가동하는데에도 300두를 키우는 황씨 농가를 기준으로 여름철 전기요금만 연 150만~200만원에 달한다. 황씨는 “비싸도 안 틀 수 없다. 틀지 않으면 소들이 더위에 지쳐 밥도 잘 못 먹고 수정도 잘 되지 않는다”며 “올해는 더위가 빨라져 더 오랜 시간 켜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료 관리 또한 부담이다. 소의 주요 먹이인 볏짚은 열과 습기에 약해 보관 기간이 짧고, 부패 시 위생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다. 짧은 주기로 교체해야 하지만 최근 사료와 톱밥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름철 축산농가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축분 처리다. 기온이 오르면 소가 마시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그만큼 축분은 묽어져 악취와 부패 속도가 빨라진다.
묽은 분뇨는 마른 분뇨에 비해 치우기 어려워 주기적으로 환풍기를 틀어 말려야 한다. 축분이 부패하며 내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는 고온의 환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예전에는 축분을 퇴비용으로 일정 금액에 판매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반대다. 황씨는 “예전엔 축분을 돈 받고 팔았지만, 지금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트럭당 5만원씩 줘야 가져간다. 작년만 해도 3만원이었는데 그새 2만원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처리 비용이 올랐음에도 소규모 농가의 경우 수거 차량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아 자가 처리를 택하는 농가도 있다. 또 다른 축산농가 운영주 A씨는 “돈을 더 주겠다고 해도 가져가 줄 트럭이 없다”며 “작은 농가는 장비도, 인력도 부족해 더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황씨 농장은 울주군의 지원을 받아 퇴비 처리기를 도입해 축분을 비료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드물고 대부분 농가는 개인 밭이나 논에 뿌리는 등 스스로 소비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비료공장 등 민간 처리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북구의 경우 지역 내 축분 처리시설이 없어 처리하려면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울주군과 북구 등은 축분 처리를 위한 장비 구입 시 비용의 40~50%를 보조하고 사료와 혼합해 악취를 줄일 수 있는 환경개선제를 보급하고 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더운 날씨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중에서도 축분 처리 문제가 가장 고역”이라 “농가 수에 비해 처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축분을 자원화할 수 있는 기술 보급과 관련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