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38)]공감하며 말하기

2025-07-04     경상일보

우리가 남들과 어울려 일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말이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가까워짐과 멀어짐, 사랑과 미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좋게 하는 말하기 방법 중 하나에는 ‘공감’하며 말하기라는 것이 있다. ‘공감’은 상대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거나 배려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상대의 생각,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고 따르라는 의미는 또한 아니다. 여기서 공감의 뜻넓이는 자기의 생각이 상대와 다르더라도 상대의 말을 존중하면서 반응하는 넓은 의미에서 말하기 ‘태도’를 뜻한다. 이것은 친교 말하기의 책략 중 하나이며, 흔히 말하는 말하기에서 ‘맞장구치기’‘와 비슷하다.

예컨대, 공감과 긍정 말하기는 “아~그렇지(~구나, ~습니다)” “그래, 맞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도 볼(생각할) 수 있겠네” 등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상대와 생각이나 주장이 다를 때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그것도 괜찮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그런데 그것과 좀 다르게 생각하면” “거기에 덧붙이면” 등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비공감과 부정 반응 말하기는 “그건 아니야” “그건 틀렸어”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말도 안돼” “그건 너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와 같이 상대의 말이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단정하며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감과 비공감 말하기는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인 표정이나 몸짓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공감 표현은 상대의 말에 집중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든가, 호응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박수를 치는 것이다. 반대로 비공감 표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인상을 찡그린다거나, 상대 말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공감이 상대를 수용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태도라고 한다면, 비공감은 상대를 무시하고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비인격적인 태도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말에 공감해주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며, 그와 말을 계속 나누고 싶어한다. 반대로 비공감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 싫어할 뿐만 아니라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자기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남들로부터 소외된다고 생각한다면, 혹시 자기의 말이 습관적으로 상대의 말에 공감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말투로 말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남들과 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의 말에 공감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로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