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가 들려주는 재테크 이야기 (135)]은행주, 지금 투자해도 될까?

2025-07-04     서정혜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가 강하게 반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밸류업이란 무엇이며 왜 금융주가 주목받고 있을까?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은 기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도록 유도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자산이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돼 있다. 특히 금융주는 자산 규모도 크고 수익도 꾸준한데,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저평가 상태가 지속돼 왔다.

정부는 이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기업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거나, 배당을 확대하고, 비효율 자산을 정리해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제고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밸류업 정책은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자본 효율성 제고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나 비핵심 사업 정리,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질적 이행 등이 병행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주가 상승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융주는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지만, 이 중에서도 금리에 민감하고 배당 여력이 큰 은행주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 덕분에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 수익이 견조하며, 자본 여력도 충분해 배당 확대 여지도 크다. 실제로 최근 주요 시중은행 지주사들은 높은 배당수익률과 함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은행주 투자에도 유의할 점은 있다. 첫째, 금리 방향에 민감하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하되면 예대마진이 줄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 규제 리스크다.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이나 건전성 규제 강화는 수익성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주 투자는 단기 테마성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배당 정책, 자사주 소각 여부, 분기 실적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별 종목보다는 ETF를 통해 금융 섹터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국내 주요 은행주에 고르게 투자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밸류업은 단순히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기업이 내실을 다지고, 주주와 이익을 나누며,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건강한 자본시장 구조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특히 은행주는 경제의 혈관과 같은 존재로, 건정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친다. 정부 정책과 기업의 변화가 맞물려 체질이 바뀌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저평가돼 온 은행주가 다시 ‘정당한 가치’를 회복할 기회다.

지금은 단순히 ‘싼 주식’을 찾기보다, 가치를 회복하며 내실을 다지는 은행주에 주목할 시점이다. 밸류업의 흐름을 읽고, 장기적으로 주주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선택과 안목이 필요하다.

최정화 BNK경남은행 삼산동지점 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