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미지네, 거동불편 엄마 5층 아파트 고역
미지(가명·11세)와 호수(가명·13세)는 계단 5층 정도는 가뿐히 오르내린다. 더운 날씨에도 활발한 아이들이다.
반면 휠체어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는 미지 엄마에게 계단 5층을 오르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미지 엄마는 지난 2022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며 심장 이식을 받은 뒤 올해 2월이 돼서야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심근경색으로 편마비가 생겨 거동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미지 엄마의 삶은 달라졌다. 혼자서 해내던 일들을 아이들과 활동 보조인의 도움으로 해내야 했다.
미지 엄마가 몸이 나빠지며 발생한 의료비는 부채가 됐으며 개인회생을 통해 상환하고 있다.
모든 일에 열심인 미지 엄마는 재활치료도 게을리 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거동이 불편해 핸드폰으로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바우처를 신청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식사는 주로 활동 보조인의 도움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매달 발생하는 의료비와 생활비 등 고정지출이 많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미지 엄마다.
미지와 호수는 밝고 우애 깊은 남매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는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났지만 무엇이든 척척 함께 해낸다. 미지와 호수는 하교 후 집으로 왔을 때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엄마가 활동 보조인 없이 외출할 일이 생길 때면 발 벗고 나서 엄마를 부축도 해주는 기특한 남매다.
미지네가 살고 있는 집은 무보증 월셋집으로 낡은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이다. 방 2개, 거실, 화장실, 부엌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방은 성별이 다른 남매가 각각 사용하고 엄마는 거실에 침대를 두고 생활하고 있다. 조금 더 편리한 이동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외출할 때는 계단을 이용해 5층까지 오르내려야 한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미지 엄마는 활동 보조인 없이는 이동이 어렵다. 평일에는 활동 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주말이 되면 미지와 호수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동이 가능하다. 고정지출 비용이 많이 드는 터라 매달 발생하는 월세 또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미지 엄마는 고민 끝에 LH 전세 임대 사업에 신청하고 선정됐다. 이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근로를 할 수 없는 미지 엄마는 목돈을 마련하기 힘들다 보니 이사를 위한 보증금과 이사 비용이 걱정이다. 미지네가 무사히 이사하게 된다면 미지 엄마는 재활과 회복에 집중해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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